개봉작 프리뷰 - 스페어
액션에 힘을 준 영화가 나왔다. 등장인물의 지난 과거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왜 지금 쫓겨야 하고 도망쳐야 하는지만 이야기할 뿐이다.

이성한 감독이 첫 작품으로 <스페어>를 들고 나왔다. 이 감독은 "몸을 쓰는 액션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앞으로도 계속 액션 영화를 만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일본 야쿠자와 한국 건달을 등장시켜 액션에 힘을 실었다.

'광태'(임준일)와 '길도'(정우)는 어릴적 부터 친구다. 둘은 사채업자 '명수'(김수현)에게 수천만원의 빚을 진 채 도망다니거나 겨우 연명하는 신세다. 명수는 이 둘에게 돈을 갚으라며 매일같이 협박하고 광태는 자신의 간을 팔아 빚을 갚기로 한다. 광태의 간을 사겠다고 나선이는 일본 야쿠자 2인자 '사토'(코가 미츠키). 사토와 광태를 연결해주는 임무를 맡은 길도는 음흉한 꿍꿍이로 접근한다. 사토와 광태는 쉽게 만나지만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급한 경우에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예비로 준비하여 두는 같은 종류의 물품 따위를 이르는' 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1인자보다는 2인자다. 이 바닥에서 최고가 아닌 이들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와이어 없이 배우들이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는 액션이 실감난다.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기에 화면 구성이 답답한 느낌을 주기는 해도 시원한 발차기와 몸놀림은 볼만하다. 특히 프로복서 출신의 코가 미츠키가 연기하는 사토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격이 다른 액션이 등장한다.

오랫동안 단역이나 조연으로 여러 영화에 출연했던 길도 역의 정우는 얄미운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해낸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광태 역의 임준일은 표정이나 대사가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했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임준일의 연기가 오히려 능글맞은 광태를 어수룩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액션을 돋보이게 한다. 명수를 맡은 김수현이나 그 밑에서 일하는 넘버2 '종일'을 연기한 양기원은 약방의 감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판소리나 전통 악기 등 우리 것을 곳곳에 심어놨다. 우선 마당극을 보는 듯한 형식을 취했다. 등장인물들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나와 영화 중간 "도대체 저 신발은 어디서 살 수 있는거여"라는 등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보는 이에 따라서 방해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행간 읽기'를 도와준다.

내용은 판소리 <수궁가>에서 따왔다. 토끼와 그의 간을 빼앗으려 그를 꼬드기는 거북이가 광태와 길도를 닮아있다. 사물놀이를 액션 영화의 음악으로 삼은 점도 독특하다.

영화가 끝났다고 금방 자리를 뜨지는 말라. 자막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뒷 얘기가 나온다. 영화 후속편도 제작될 예정이다. 15세. 28일 개봉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