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피플
제멋대로다.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만 내키는대로 갖다댄다. 수업도 자기 중심적이다. 학생들이 듣던 말던 그냥 떠들어댄다. 그는 말한다. "난 잘났고 넌 나보다 못하다. 그러니 당연히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밖에."
영화 <스마트 피플>(감독:노암 머로)은 자신에게 도취된 중년 남자가 사랑을 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주변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어가는 과정과 함께 그린다.

영화는 한 치만큼 빈틈을 가졌으면서도 자신만 그것을 모르는 '로렌스'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왜 내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거야"라고 되뇌지만 실은 '내'가 그들과 섞이지 못하니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눈이 하나인 세계에서는 눈이 두개 달린 이들이 바보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로렌스뿐만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약간 모자라다.

로렌스는 남들이 읽기 힘든 책을 쓰고도 '새로운 방식의 문화 비평서'라며 스스로를 추어세우고 교수로 일하고 있는 대학에서 자신이 학장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멋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17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옆도 보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해왔다.

딸 '바네사'는 사회 부적응자다. 어릴 적 엄마가 돌아가신 뒤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아빠를 '롤 모델' 삼아 혼자서도 잘하는 엘리트 학생으로 자랐다. 하지만 친구 하나 없이 외롭기만하다.

동생 '척'은 자유분방하다.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돈이 궁하면 형에게 찾아온다. 입양된 자식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뭐, 콤플렉스 따위는 없다. 아들 '제임스'는 삼촌 척과 통한다. 동병상련.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 평범한 학생은 잘난 아빠와 동생 사이에서 무능력한 곰탱이일뿐이다.

로렌스의 옛 제자이자 그를 좋아했던 의사 '자넷'은 이가 빠진 가족들 사이에 들어가 빈 곳을 채워넣는다.

특히 인생의 낙오자로 찍혔던 척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척은 로렌스 가족과 다른 방향에 서서 이들에게 인간성을 불어넣으며 그들의 삶을 바꿔나간다. 지식인의 오만함으로 뭉쳐있는 로렌스는 척에게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바네사 역시 삼촌에게서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익힌다. 우리 삶에서 사회적 성공이 차지하는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다.

척은 또 영화 내용을 풍부하게 하면서 동시에 가족 드라마 한 토막을 끊어다 놓은 것처럼 잔잔하기만 한 영화에 돌멩이를 던져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그는 가족과 가까워질수록 잠자리에서 입는 옷 가지 수가 줄어들고, 바보같이 좋아하는 사람을 놓쳐버린 형에게 '미안해, 사랑해'라는 두 단어를 가르쳐주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형에게 이런 충고도 남긴다. "중년에는 여자 만나기 어려워. 차라리 나처럼 게이가 되라고!"

<스마트 피플>은 무미건조한 '스마트'한 사람들 속에 '멍청이' 척을 넣어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스마트 피플이라고 말한다. 15세. 21일 개봉.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