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판2008 주목받는 작품 - ② 스워드맨
영화 <스워드맨>(필립 얀콥스키)은 어둡고 무겁다. 비가 내리는 도시는 차갑다. 음악은 낮게 깔린다. 폭력이 난무하는 화면에 피가 흥건하다. 색다른 '유럽' 영화다.

'스워드맨' 사샤는 오른손 안에 칼을 품고 있다. 손에서 칼이 솟았다가 스르르 사라진다. 그의 칼은 트럭을 한 번에 밸 수 있을만큼 날카롭다.

그는 살인자다. 그가 처음 저지른 살인은 정당방위였다. 어렸을 적 여자 아이를 추행하는 늙은 부랑자를 죽였고 어머니에게 언제나 폭력을 일삼았던 새아버지를 없앴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이다. 사람들은 그를 피했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 가버렸다. 그는 손을 잘라내려고 기찻길 위에도 올라가고 도끼로도 찍어봤지만 마치 숙명처럼 그의 몸에 붙어있다.

그에게 살인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반항이자 무반응이다. 세상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둔 채 제거해야 할 사람들을 죄책감 없이 하나씩 죽인다. 그런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둘 뿐이다. 어머니와 연인 '카챠'. 사샤는 오직 그들에게만 반응한다.

<스워드맨>은 할리우드 영화 속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과 굳이 비교하자면,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과 다르다.

오히려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숨어 살아야했던 <판타스틱 4>의 주인공들이나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평생 짐처럼 안고 사는 <배트맨>과 더 가깝다.

사샤는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은 그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도구에 불과하다.

영화는 쫓고 쫓기는 긴장감보다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오는 24일 오후 2시 부천 프리머스 시네마 소풍에서 상영한다.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