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지도를 찾기위한 총격전 '동양판 서부영화'
 
 
여기 한국 땅에서 공개적인 총 싸움이 가능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말을 탔던 때는? 김지운 감독은 이 두 가지를 고민했으리라. 총과 말. 한국 땅에서 말이 뛰어다녔을 때는 조선시대까지였을테고 문제는 그땐 총 싸움을 할 수 있을만큼 총알이 넉넉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김 감독은 결론을 내렸을거라 감히 생각한다. 말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광활한 땅과 말, 총이 있는 곳이 어딜까. 그리고 지도를 뒤지다 만주 땅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 위에 사람들을 세운다. 일제시대 말 대한제국 땅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 있을테니 고향을 버리고 만주까지 간 조선인들은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감독:김지운)은 지도 한 장 때문에 만주 벌판을 시끄럽게 만드는 '놈'과 '놈'과 '놈'의 이야기다. 기차를 털다가 우연히 지도를 얻게되는 '이상한 놈' 태구(송강호)와 그 지도를 찾아달라고 독립군에게 의뢰를 받은 '좋은놈' 박도원(정우성), 지도를 갖다주면 친일파에게 돈을 받기로 돼 있는 '나쁜놈' 창이(이병헌)가 세 축을 이뤄 돌아간다. 여기에 만주에서 활동하는 마적단, 일본군이 등장해 이야기를 얽고 섞는다.

영화는 이 땅에서는 벌어질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동양판 서부 활극을 그린다. 멋지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타고 총잡이가 되리라는 것을 누가 상상했으랴. 만주라는 장소와 일제시대라는 시기가 오히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주먹패들이 총 들고 싸우던 장면보다 훨씬 실감나게 다가온다. 라틴풍 음악은 광활한 평원을 질주하는 그들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더군다나 만주라면 누구를 죽여도 문제될 것이 없는 장소 아닌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는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잠시 걱정을 했었다. '저 시체들은 어쩌지, 뒤처리는?'

하지만 <놈놈놈>은 그럴 걱정이 없다. 옛 서부영화보다 더 무법이 난무하는 장소인데다 만주는 뭐 하나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는 동네다. 그저 내 편, 네 편만 나뉘어 있는 시대에 누가 죽든 누가 신경쓰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고향을 떠나 만주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던 이들인지 알 필요도 없다. 그저 그들은 지도 한장을 얻기 위해 달린다. 박도원에게 그 지도는 꿈이고 창이에게는 욕망, 태구에게 그 지도는 이상이다. 박도원이 극중에서 말하는 것처럼 식민지가 돼 버린 조선땅은 농사 지을 땅을 사는 것조차 의미없는 곳이 돼 버렸기에 만주에 있는 이들에게 조선은 그저 태어난 곳일 뿐이다. 만주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것보다 꿈과 욕망, 이상을 찾는게 그들에게는 더 현실적이다. 
 
태구는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빨리, 빨리', '저 중국인인데요'와 같은 짧은 중국말을 해댄다.흘러흘러 한반도 북쪽 끝에 다다른 떠돌이 인생을 말한다. 창이는 최고가 되는 데에만 관심있는 인물이다. 물론 주먹으로. 살벌한 땅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던 치열함이 묻어난다. 그저 돈이 되는 일을 하는 박도원 역시 총으로 사람을 제거하고 다니는 일을 하지만 독립군이 부탁해 지도를 찾는 일을 하기 때문에 '졸지'에 좋은놈이 됐다.


 

 
영화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풀어줬다가를 반복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총격신으로 시작해 짧은 간격으로 유머와 액션, 드라마를 섞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통괘, 상쾌, 유쾌하다. 특히 영화 후반부 태구와 창이 무리, 박도원, 마적단, 일본군이 뒤엉켜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각자 캐릭터가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쉰다. 송강호 특유의 유머와 이병헌의 카리스마, 정우성의 몸놀림은 영화를 더욱 매력있게 만든다.

15세. 10일 개봉.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