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카우트
영화 <걸스카우트>(감독:김상만)는 바로 그런 맛이다. 코믹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싱거운지 짠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맛을 내고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계를 했다. '계오야'인 미용실 주인 성혜란(임지은 분)은 싼 값에 퍼머를 해주면서 동네아줌마들에게 신뢰를 쌓은 뒤 그들이 안도했을 때 튀었다. 남들은 다 성혜란을 찾는 데 포기했지만 미경(김선아 분), 이만(나문희 분), 봉순(이경실 분) 등 아줌마 세 명은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며 달아난 계주를 직접 찾아나선다. 흥신소로부터 협박 당하던 은지(고준희 분)도 합세한다. 성혜란이 미사리에 있는 라이브카페 '물안개' 단골이라는 단서 하나만 갖고 그들은 무작정 달린다. 결론은? 딱히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추리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캐스팅에 있어서만큼은 영화는 코믹 영화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위대한 유산>이나 <몽정기> 등에서 코믹연기를 인정 받은 김선아와 코미디언 출신 이경실, 어느 역이나 척척 소화해 내는 나문희, <범죄의 재구성>과 <극락도 살인사건>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조연 박원상의 코믹연기는 그런데로 볼 만하다.
영화에서 정작 중요한 웃음도 없다. 코믹영화가 제대로 감칠맛을 내려면 치고 받는 대사가 맛깔스러워야 한다는 점을 이 영화에선 놓치고 있다. 네 여자가 카페 '물안개' 주차장에서 아침밥을 지어 먹자 공익요원이 다가와 "여기서 뭐하는겁니까"라고 묻고, "우리 걸스카우트인데요"라며 주고받는 장면 정도를 빼고는 좀처럼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뜨리지 못한다.
영화 후반 계주가 미경(김선아 분)의 딸을 납치해 협박용으로 이용하는 장면은 모성애를 자극하지 못한 채 군더더기로 남는다. 다른 사람을 성혜란으로 착각해서 추격하는 장면이나 영화 마지막에 채권을 날리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해피엔드>와 <그때 그 사람들>, <바람난 가족>, <친절한 금자씨>와 같은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고 <해피엔드>와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감독으로 활동한 경력의 김상만 감독이지만 연출가로서는 노하우가 부족해 보인다. 경기영상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촬영, 미사리 등 경기지역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6월5일 개봉, 15세 이상.
/소유리기자blog.itimes.co.kr/rain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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