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모리스 피알라의 <사탄의 태양 아래> 이후 21년 만에 개최국 프랑스에 황금종려상을 안겨주며, 12일에 걸친 제61회 칸국제영화제(14 - 25일)의 대장정이 마감되었다.

그 주역인 <수업>의 로랑 캉테는 <인력 자원부>(1999) <타임 아웃>(2001)등으로 프랑스에선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으나 국제적 인지도는 낮았던, 40대 후반의 중견 감독이다. 그는 칸 경쟁 부문에 첫 진출해 최고의 영예를 거머쥐는, 흔치 않은 기념비적 쾌거를 일궈냈다.

영화는 파리 변두리 어느 한 중학교의 교실 풍경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담는다. 별 다른 공간 변화 없이, 주인공 교사와 그 학급 학생들 간 사이에서 줄곧 이어지는 논쟁ㆍ갈등ㆍ충돌 등을 별다른 스타일적 치장 없이 포착, 묘사한다. 그런데도 지켜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정의 동요 내지 묘한 감흥이 인다.

그 감흥이 션 펜을 수장으로 한 9인의 칸 경쟁 심사위원단들을 단단히 사로잡은 듯.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결정했다"니 말이다. 전문 아역 배우들이 아니라 실제 학생들이 동원되어 한층 더 실감나게 전달되는 연기도, 현장성을 중시한 대본 등 여로 모로 "마법과 같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 영화가 프랑스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문제를, 그리고 교육문제를 넘어 인간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혹 지나친 확대 해석은 아닐까?

영화제 종반에 선보인 뒤 현지 매체들의 평가가 좋아 <수업>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긴 했으나 설마 황금종려상을 가져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과 달리 난 영화가 지나치게 프랑스적이며 국지적이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수업>의 수상을 다소 못마땅해 하는 까닭은, 노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번에는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길 염원해서이기도 하다.

5년 전 <미스틱 리버>와 마찬가지로, <익스체인지>-영화제 기간 중 제목이 <체인질링>에서 공식적으로 바뀌었다-는 영화의 모든 층위에서 최상의 솜씨를 뽐내고 있는 '웰-메이드' 수작이었다. 팔순을 바라보면서도 개인의 자유ㆍ권리 따위는 마구 억압ㆍ무시하곤 하는 시스템을 향해 날리는 비판 의식도,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일말의 희망 어린 메시지도 감동적으로 다가섰다.

뿐만 아니다. 올 칸 경쟁작 수상 결과는 단 한편도 내 예상과 맞아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니 2008 칸 심사위원단의 결정이 마뜩찮을 수밖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올 칸에서 본 40편에 달하는 영화들 중 베스트 1, 2로 뽑은 두 편-영국 스티브 맥퀸 감독의 <헝거>와 카자흐스탄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툴판>으로, 둘 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선보였다-이 황금카메라상과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공히 '2008 칸의 발견'이라 하기에 손색없는 걸작들이다. 이래저래 칸은 크고 작은 실망과 불만들 와중에도 으레 어떤 기대를 품게 한다. 그것이 칸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칸=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