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감독:하라 케이치)은 인간 소굴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전설 속 동물 '갓파'를 이야기 한다.

갓파는 파충류 같으면서도 하는 모양새는 사람과 같다. 말도 하고 생각도 할 줄 안다. 주로 늪이나 강 주변에 살면서 물고기나 곤충 등을 잡아먹고 산다. 정수리에 있는 접시가 마르면 목숨이 위태롭다.

17세기 일본 에도막부 시대 갓파 '쿠' 역시 다른 갓파들과 구루메강 주변 늪에서 모여 살고 있었다. 어느날 이 늪을 없앤다는 소문이 들리고 '쿠'의 아버지는 직접 나서 사람들을 설득하기로 한다. 선물로 사람 팔뚝보다 훨씬 큰 잉어를 준비한다.

갓파는 늪을 지나는 사람에게 공손히 말한다. "늪은 저희가 사는 집입니다. 늪을 개간하는 것을 막아주세요." 하지만 인간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잔인했다. 하늘이 노하고 천지가 흔들렸다. 쿠는 죽은 아버지를 뒤로한 채 땅 속에 갇힌다.

도쿄 시내 한적한 곳에 사는 '코이치'는 어느날 구로메강 가에서 같은 돌부리에 걸려 세번을 넘어진다. 뿔이난 코이치는 땅을 파기 시작하고 돌멩이를 밖으로 들어올린다. 돌멩이를 옮기다 뚝 떨어뜨리고 그 충격에 돌멩이가 반으로 쩍 갈리면서 화석처럼 변한 쿠가 발견된다. 코이치는 이것을 들고 집으로 가져간다.
 
물이 닿자 쿠는 제 모습을 찾아가고 이를 본 코이치 엄마는 징그럽다며 버리라고 한다.

그들에게 쿠가 처음 내뱉는 말은 "죽이지마, 살려줘."

코이치네 보살핌을 받아 기운을 차리는 쿠. 자신이 살던 '구루메강'은 도쿄 시내 변두리에 있는 '구로메강'으로 이름이 바뀌어있고 늪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쿠는 세상이 변했지만 어딘가 갓파가 살고 있을거라 믿는다. 그리고 코이치와 함께 다른 갓파를 찾으려 여행을 떠난다. 기차를 타고 한참만에 도착한 갓파의 고향에 갓파는 없다. 그저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할 뿐이다. 갓파에는 현상금 1천만엔이 걸려있고 강을 24시간 감시하는 CCTV도 설치돼 있다. 갓파는 동상일 뿐이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둘은 발길을 돌린다. 돌아오던 날 사람들은 그들을 발견한다.

조용하고 행복하게 지낼 것 같던 코이치네는 갓파와 함께 산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끄러워진다. 카메라가 온 집을 둘러싸고 있고 '갓파 사랑해요'라는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족들은 난생 처음 겪는 일에 그저 들떠있고 무엇에 홀린 듯 그저 미디어를 좇는다.

풀이 죽어 방 한구석에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쿠는 이들에게 자랑거리일 뿐이다. 아버지부터 시작해 가족 모두 함께 방송에 나가자고 설득한다. 이들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 쿠는 TV에 모습을 드러내고 미디어와 사람들은 온갖 미디어 장치를 들이대며 쿠를 담기에 바쁘다.

쿠는 갓파는 인간이 모두 죽인거라며 흐느낀다. 그러면서도 인간과 친구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의 이름 '쿠' 역시 코이치가 지어준 이름. 수 백년 전 갓파 친구들이 불러준 자신의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린건 어쩌면 인간 소굴인 이 세상에서 쿠가 인간과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지도 모른다.

코이치 친구 가쿠치는 쿠를 향한 사람들의 광적인 반응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조금 지나면 다들 시들해질거야." 미디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해 자본을 창출한다.

몇 년 전 시골 순박한 청년 기봉이는 방송을 탄 뒤 인생이 달라졌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를 후원하겠다는 사람도 줄을 이었다. 급기야 영화에까지 등장하면서 급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잠시 뿐 그가 유명해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변해갔다. 기봉이가 갖고 있는 돈을 탐하고 그를 이용했다. 병든 노모와 둘이 사는 장애인 기봉이는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의 횡포 속에 내몰렸다.

쿠는 기봉이처럼 미디어의 희생양이 될 뻔하지만 죽음대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간다.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