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20대·청소년 속마음 그려내
여자로 태어나 이뤄야 할 지상최대의 과업이자 목표는 오로지 '결혼'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번듯한 남편감을 만나지 못한 여자에게는 '노처녀'란 불미스런 바겐세일 딱지가 붙고, 아줌마는 집에서 애나 보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그런데 불과 십 수 년 만에 그런 '미덕'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이제는 행여나 어디서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며 이상한 취급을 당하거나 다시는 상종해선 안될 조선시대 할아범이 되고 마는 시대로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남편감의 프로필이 아닌 본인의 커리어와 재능에 열광하고, 놀림의 대상이었던 올드미스는 사회의 새로운 소비층인 '골드미스'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혼이란 딱지가 더 이상 삶의 원죄가 되지 않는 '싱글맘' 등이 대한민국 사회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뜨거운것이 좋아>(제작·배급·제공 : 시네마서비스 / 감독 : 권칠인)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자, 열기 넘치는 젊은 청춘 20대 아미, 남부러울 것 없이 당당한 40대 커리어 우먼 영미,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10대 강애를 통해 들키고 싶지 않은 여자들의 속마음을 재미있게 풀고 있다.

모텔 생활을 하며 엔딩만 1년째 붙잡고 있는 27살의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 생일인데 집에 와보니 자신을 하숙생 취급하는 언니 영미(이미숙)와 조카 강애(안소희) 구박 섞인 잔소리에 우울하다.

우울한 맘을 달래기 위해 남친 원석(김흥수)을 만나보지만 위안은 고사하고 머리만 더 아파온다.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맞선을 보는데 썰렁한 유머의 회계사 승원(김성수)이 낯설지만 왠지 끌린다.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미(이미숙).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그녀는 일도 사랑도 뜨겁게 즐길 줄 아는 41살의 화려한 싱글맘이다. 후배의 부탁으로 무대미술을 맡게 된 연극 극단에서 만난 연하남 경수(윤희석)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쿨하게 정리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샤프한 생활을 해 오던 영미에게 폐경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고 쿨하게 정리했던 연하남 경수의 부담스런 관심에 짜증이 밀려온다.

언제나 바쁜 엄마와 툭하면 좌절모드인 이모를 챙기느라 맘 편한 날이 없는 고등학생 강애(안소희)의 가장 큰 고민은 3년 째 열애 중인 남친 호재(김범)와의 스킨십이다.

궁금한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호기심 소녀 강애의 마음과는 달리 게임과 오토바이에 꽂힌 호재는 무심하기만 하고 브라질에서 온 친구 미란은 3년이면 했어도 벌써 했어야 한다며 안 그래도 조바심 난 강애를 더욱 뜨겁게 부채질 한다.

이 작품은 2003년 20대 싱글들의 사랑과 고민을 다룬 영화 <싱글즈>를 통해 여자보다 더 여자를 잘 아는 감독으로 평가 받았던 권칠인 감독이 4년만에 선보이는 업그레이드 된 확장판 <싱글즈>다.

나이도, 성격도, 스타일도 다른 세 여자를 주인공으로 그녀들의 서로 다른 고민과 화두를 보다 세밀하게 파고들며 적나라한 여성의 속마음을 담아냈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도연기자 blog.itimes.co.kr/do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