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새삼 <원스>의 저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지난 해 9월 20일 개봉한 이후 근 4개월 가까이 전국 20만 장이 넘는 티켓을 팔아치우며 이른바 '작은 영화' 내지 '다양성 영화'의 위력을 유감없이 입증하고 있는, 화제의 아일랜드 산 음악 영화!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도 여전히 영화가 어느 스크린에선가 돌아가고 있다-가령, 서울 명동 소재 CQN에서는 오늘까지는 하루 3회,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은 2회 상영된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그 화제작이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건 2007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소개되면서다. 20만 달러도 채 되지 않은 제작비로 빚어졌다는 극저예산 영화를 아시아 유일의 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서 선정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싶은 우려도 없진 않았지만, 그것은 기우임이 드러났다.

이미 2007 선댄스영화제 및 더블린영화제 등에서 관객상을 거머쥐었다더니만 영화는 여기서도 기대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그 환대는 '기록적 흥행'으로 이어졌다. 20만이란 수치는 '작은영화'로선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의 기록이기에 하는 말이다. 일반 상업영화로 치자면, 500만 이상, 아니 1천만 이상의 대기록인 것이다.

하긴 그 까다롭다는 미국에서도 겨우 2개 스크린으로 출발(2007년 5월 20일)해 최대 150개로 늘어나면서, 12월 16일 기준으로 급기야 950만 달러에 육박하는 박스 오피스를 달성했다는 사실(www.imdb.com 참고)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랄 것도 없을지는 모르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그렇다면 <원스>의 기념비적 흥행 요인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 음악 영화답게, 명실상부한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음악들이 좋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을 터. 여느 (음악) 영화와는 달리, 그저 '배경'(Background) 정도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며 플롯을 주도ㆍ보완하는 등의 음악 연출이 단연 인상적이었다. 음악에 온존한 존재감이 부여되었다고 할까.

할리우드를 비롯한 주류 영화의 공식을 멋지게 위반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로 귀결되는 내러티브도 퍽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음악 못지않게 남녀 주인공 간의 멜로 라인도 중시하는데, 흥미롭게도 그들을 사랑하게 하고 끝내 맺어지게 하는 도식적 해피엔딩으로 치닫질 않고 그 둘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틀어져 있던 다른 관계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 아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그러나 영화를 관류하는 어떤 진심 내지 진정성이었다. 영화는 결코 세련되거나 압도적 맛은 결여되어 있건만, 외려 그 투박한 진심이 주체하기 힘든 벅찬 감동을 발산ㆍ전달하는 것이다.

<원스>의 흥행은 날이 갈수록 그 놈의 '위기 타령'만 일삼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벤치마킹해야 할 어떤 교훈을 전한다. 많다고 할 순 없겠으나, 이 땅엔 엄연히 '다른 관객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니, '같은 관객들' 또한 자기만의 감동 자기만의 진심을 인상적으로 전하면, 기꺼이 성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성원을 성공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ㆍ전술이 선행ㆍ수반되어야겠지만 말이다./전찬일의 영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