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며칠 전 2008년의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 중앙 일간지 기자로부터. 우선은 기억나는 대로 추천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박쥐>, <쌍화점>이었다. 그들 모두 올해 안에 선보일 지는 장담할 수는 없으나 말이다.

<놈놈놈>은 김지운 감독(<달콤한 인생>)이 정우성과 이병헌, 송강호에 이르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환상적 연기자들을 기용해, 일제 치하의 만주를 무대로 펼치는 한국판 웨스턴이란다. 가고 싶어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상금 사냥꾼과 살인청부업자, 열차털이범 세 사내가 서로 쫓고 쫓기는 생존 드라마란다. 그러니 어찌 남다른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쥐>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 등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이미 호흡을 맞춘바 있는 송강호가 어느 날 갑자기 흡혈귀로 변하는 휴머니스트 외과의사로 등장한다는, '튀는' 변종 공포물이다. 이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가히 '박찬욱다운 B급 취향'을 물씬 풍기는 바, 벌써부터 영화가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주체하기 힘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박감독의 그 어느 전작들 못잖게.

한편, 걸작 조폭 영화 <비열한 거리>를 통해 조인성을 명배우로 비상시킨 유하 감독은 또 다시 조인성과 함께 원나라 정치적 지배를 받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대극 <쌍화점>을 빚어낸단다. 게다가 이번에는 동성애까지 다룬다는데, 조인성의 파트너 역으론 <미녀는 괴로워>와 <사랑>으로 그 진가를 과시했던 꽃미남 연기파 주진모가 분한단다.

그땐 기억해내진 못했지만, 그 이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기대를 걸어도 좋을 화제작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두 한류 스타, 송승헌과 권상우의 만남으로 커다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해곤 감독(<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감성 액션물 <숙명>부터 '엽기녀' 전지현이 목하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연기파 황정민과 조우했다고 해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정윤철 감독(<말아톤> <좋지 아니한가>)의 휴먼 드라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박해일-김혜수 투톱을 내세워 1930년대 경성을 무대로 펼치는, 정지우 감독(<해피엔드> <사랑니>)의 미스터리 멜로물 <모던 보이> 등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다양하며 화려하다.

그들이 대중적으로나 비평적으로 과연 어떤 결실을 일궈낼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설사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둔다 할지라도, 그 성공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한국영화 위기를 말끔히 해소시킬 리도 없다. 숱한 구조적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상기 기대작들의 성공 여부가 비단 2008년만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전반적 미래를 예측하는데 결정적 시금석으로 작용하리라는 것만은 명백하다. 모두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좋은 감독 멋진 출연진 혹할 만한 스토리ㆍ소재의 화제작이요 단연 주목할 만한 문제작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대에 걸 맞는 대중적ㆍ비평적 호응을 얻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건 그래서다./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