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아이들의 잔혹한 환상
헨젤과 그레텔
기존 내용 아닌 그림형제 원작 모티브
동화 속 예쁜집에 사는 세남매의 비밀
 
<백설공주> <빨간망토> <브레멘 음악대>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등 그림형제의 동화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항상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물리치는 식의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내용으로 기억한다.

어려서부터 그런 내용으로 읽어 왔고 보아왔기 때문인데, 그림형제의 원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일반적인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아름답다기보다 침울하고, 사랑스럽다기보다 우울하며, 심지어 잔혹스럽기까지 하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제작 : ㈜바른손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바른손 / 감독 : 임필성)은 원작의 그런 잔혹스러움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은수(천정명)는 어릴 적 자신을 떠난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그만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깊은 밤, 숲에서 눈을 뜬 은수는 영희(심은경)를 발견하고, 영희, 만복(은원재), 정순(진지희)의 세 아이가 살고 있는 '즐거운 아이들의 집'으로 향한다.

그림책에서 빠져 나온 듯 한 집은 장난감과 과자로 가득 찬 아이들의 천국이지만 전화도 없고 아무리 길을 찾아 헤매도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숲 속에 갇혀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거운 분위기지만 엄마 아빠는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긴장한다. 은수는 하룻밤 신세를 지고 다음날 집을 나서지만 아무리 가 봐도 미로처럼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 속에 은수는 아이들에게 비밀이 있음을 감지하게 되고, 아이들을 무서워하던 엄마, 아빠는 설상가상 메모 한 장 남긴 채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마치 아이들의 계획인양 또 다른 길 잃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집을 찾아온다.

영화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숲에 위치한 아름다운 작은 집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상상을 그리고 있다.

그림 형제의 원작을 가져온 설정으로 '즐거운 아이들의 집'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집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목잘린 인형들, 빨간눈을 치켜 뜬 토끼그림, 엄마 아빠가 새와 토끼로 표현된 이상한 가족초상화 등 어딘지 모르게 잔혹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그 집에 사는 아이들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가장 짙게 느끼게 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사고에선 엄마란 존재는 무조건 아름답고 착한 존재이어야만 하며 자신들을 사랑해 주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 여길 정도로 단편적이며 맹목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맹목적인 믿음은 어른들을 마치 자신들이 갖고 노는 인형처럼 만든다.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서의 어른은 아이들의 인형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영화를 통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잔혹동화'라는 부제가 가져다주는 느낌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

감독은 아이들의 이런 행동과 생각들은 생리적 배고픔과 정서적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됐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독특한 모티브와 설정, 그리고 잔혹스러움 뒤에 감춘 사랑에 대한 욕구 등을 한 편의 동화처럼 표현한 이야기 등은 색다른 장르적 느낌을 전해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김도연기자 blog.itimes.co.kr/do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