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며칠 전 한 중앙일간지 기자에게서 2007 한국 영화계 '베스트 인물 5'와 '워스트 인물 5'를 뽑아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해를 결산한다는 뜻에서, 그 이름들과 그 이유들을 아래 적어 보련다. 워스트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는 '불운'이라는 함의가 더 강하다.

우선 베스트 1은, 별 다른 주저 없이 전도연을 꼽았다. 지겨워도 하는 수 없다. 굳이 그 이유를 들 것도 없이, 그녀 없는 올 한국 영화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2위는 <화려한 휴가>의 제작자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 <이재수의 난>(1999)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등 일부 대작들의 대참사 탓에 한국을 대표하는 비운의 제작자로서 명성이 자자하던 이가, 광주항쟁을 극화한 지독히도 모험적 작품으로 8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만루 홈런을 때렸다.

2007년의 주목할 만한 두 문제작, <우아한 세계>와 <밀양>으로 그 육중한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송강호가 세 번째 베스트 영화인이다. 4위는 <우아한 세계>의 한재림 감독. 그 진가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올해의 내 베스트 1위작이다. <연애의 목적> 같은 발칙한 데뷔작을 낸, 이제 불과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이 어떻게 그처럼 성숙한 조폭성 휴먼 드라마를 빚어낼 수 있었던 건지, 난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마지막 5위로는 <마이 파더>로 꽃미남 스타에서 진정한 연기자로 비상한 다니엘 헤니를 추천했다.

그 어감이나 예의 상 다소 주저되기도 하는 워스트 영화인 1위는 고민 끝에 조성우 엠엔에프씨(M & FC) 대표이사 사장을 선정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 음악가이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해 투자사를 설립해 <두 사람이다>와 등에 과감한 제작투자를 했는데, 흥행 대재앙을 맞이한 것이다. <행복>도 기대 이상의 박스 오피스 성적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고.

2위는 김태희. 화제의 신작 <싸움>에서도 <중천>에 이어 또다시 대참패를 맛봐야 했다. 설경구 또한 톱스타로서 위상에 치명적으로 금이 갔고. 3위는 2007년의 진짜 불운아 김혜수다. 그녀는 올 한해 <바람 피기 좋은 날>부터 <좋지 아니한가> <열한번째 엄마>에 이르기까지 무려 3편의 화제작들에서 헌신적 열연을 펼쳤건만, 세 편 다 합쳐도 지난 해 선방한 <타짜>의 몇 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흥행 결실밖에 거두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4위와 5위는 다소 주저되긴 하나 의 감독 이명세와 주연 강동원을 꼽았다. 그들은 저널리스트 및 평론가들로부터 적잖은 지지를 끌어냈으나, 대중 관객들로부터는 <형사 Duelist>를 부러워 할 만큼의 커다란 외면에 직면했다.

"평론가들이 뽑은 2007 영화계 떠오른 인물 추락한 인물"이라는 제목 하에, 어제 일자로 발표된 기사를 보니 내 리스트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기사에선 심형래와 강우석이 각각 최다 득표를 차지했단다. 하긴 열사람이 참여한 설문이니 차이는 당연한 것일 터.

또 다시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찾아온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전한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