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지난 주 문화면에서도 보도되었듯, 14일 내일부터 20일까지 영화공간주안에서는 '전수일 감독 특별전'이 개최된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2007 베니스국제영화제 두 경쟁 부문 중 하나인 '오리종티' 섹션에 진출한 바 있는 최신작 <검은 땅의 소녀와>가 올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서 화제리에 선보인 이후 시작된 전국 순회 상영회의 일환으로 인천 지역에서도 열리는 것이다.

당장 적잖은 독자들이 의아해할 법도 하다. '대체 전수일이 누군데 특별전까지 열리는 거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나라 대다수 대중 관객들에겐 부재ㆍ무명의 존재에 가깝다. 실은 그 정도가 아니다. <검은 땅….>을 계기로 언론 매체에 상대적으로 제법 빈번히 노출되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 전공 학생들조차도 그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례로 지난 해 2학기, 겸임으로 출강하는 전주 우석대 연극영화과 전공 수업 수강생 십 수 명에게 확인해보니 단 한 명도 그 이름조차 몰랐다. 그래서일까, 국내의 적잖은 영화 담당 기자들 및 평론가들에게도 그는 합당한 주목ㆍ관심을 받지 못해왔으며, 심지언 심심치 않게 홀대ㆍ외면당해온 것이 부인키 힘든 현실이다. 지면 관계상 그 연유에 대해서는 굳이 상술하진 않겠다만.

부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영화 전공 교수이기도 한 전수일 그는 그러나, 역시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1997년 일찍이 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었던 장편 데뷔작 <내 안에 부는 바람>을 필두로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1999),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3),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2005), 그리고 <검은 땅…>에 이르는 5편의 전작(全作)이 모두 국내외 크고 작은 영화제들에 초청되거나 수상하는, 단연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일궈낸 중견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은 물론 감상하기 녹록치 않다.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해왔지만, 그 내용이나 제가 난삽해서가 아니라 워낙 비-주류적 화법을 구사하는 탓이다. '지독한 저예산 독립 작가 영화'로서, 단적으로 대중 상업 영화의 오락적 가치들이 최대한 무시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서는 여느 그렇고 그런 국산 주류 영화들에 결여되어 있는 어떤 미덕들이 살아 숨 쉰다. 우리 네 삶을 향한 뚜렷한 문제의식 와중에 발견되는 강렬한 이미지의 매혹이, 간결한 생략의 묘미가, 아련한 여운의 감흥이...

이번 특별전은 다름 아닌 인천에서 그 남다른 영화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결코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다. 게다가 20일 저녁 7시 <검은 땅…> 상영 이후엔 감독과의 대화도 예정되어 있다. 참고삼아 밝히면 그 대화는 내가 진행한다. 개인적 친분 외에도 그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 자처한 것이다. 혹 기말 고사가 그때까지 끝나지 않을 수도 있거늘 그 특별한 대화에 동참하겠다는 몇 십 명의 인하대 제자들 외에도, 단 한분일지언정 인천일보 독자와 만나고 싶다면 내 과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