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가 두손 비비며 애원했다
여자애가 두손 비비며 애원했다
  • 승인 200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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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유키코-16
 “빨리 찾아야지 민가로 내려가면 큰일 난다.”
군인 중에 고참인 듯한 사람이 말했다. 그들은 청년이 강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믿고 있었다. 더구나 청년이 자신들을 향해 총까지 쏜 상황이었다. 그들은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청년을 찾았다. 그러나 청년은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걸 데려갈 수도 없고.”
“그냥 처치해 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이 계집애를?”
“네.”
그때 여자가 몸을 비틀며 악을 썼다. 하급자인 듯한 군인이 여자애의 입을 헝겊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고참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말하고 있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그러면 한 방에 끝내 버리겠습니다. 그들의 눈은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담력과 용맹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존재하는 무리처럼 보였다. 아니, 전쟁터에서는 죽이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모습은 이미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이거 환장하겠구만.”
중사 계급장을 단 사람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하급병이 여자애의 머리에 총부리를 들이댔다.
“강병장, 총알이 아깝다.”
눈매가 날카로운 군인이 말했다.
그러자 강병장이라고 불린 남자가 대검을 빼들었다. 여자애가 두 손을 비비며 애원했다. 그러나 이미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군인들은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
“우리는 놈을 찾아볼 테니, 강병장은 계집애를 처치하고 따라와.”
그들은 명쾌하게 임무를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는 제각기 맡은 일에 착수했다. 우리는 그 자리에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었다. 여자애의 발악적 애원과 이어지는 비명소리가 어둠을 찢으며 들려왔다. 여자애를 살리기 위해 뛰쳐나갈 수도, 누군가를 소리쳐 부를 수도 없었다. 그저 수풀 사이에 머리를 틀어박고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모든 일은 끝난 상태였다. 강병장이라고 불린 사병은 너무나 태연하게 뒷수습을 했다. 마치 한 마리의 들짐승을 죽이고 처리하는 것처럼.
유키코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사방은 이미 조용해진 상태였다. 우리는 여자애가 쓰러져 있는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쪽으로 갈 용기도, 여자애의 상태를 확인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멍하고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때 여자애의 가녀린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애가 아직 살아 있는 게 분명했다. 우리는 허겁지겁 여자애가 쓰러져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여자가 살아 있어요.”
유키코가 여자애의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군인들도 청년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숲속 전체가 어둠에 덮여가고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어려 보이는 여자애의 상태를 살폈다. 여자애는 가슴 부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대검이 심장을 비켜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허겁지겁 여자애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지혈했다. 그리고는 여자애를 일으켜 세웠다.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할 텐데…”
“유키코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내로 돌아가단 다시 잡혀요.”
“그럼 어떡하죠?”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까, 민가를 찾아봅시다.”
내 말에 유키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고막을 찢듯 강력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수풀 사이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총을 쏜 건 조금 전의 그 군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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