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18)

 『기래서 협조자를 구하듯 복순 동무의 의향을 물어봤습네다. 복순 동무 역시 사관장이 올 때마다 생각지도 않던 군대 후방물자가 솔솔하게 생기니까 나름대로 고마웠다며 어떻게 해야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방법을 물었습네다.

 나는 그때 최전연에 복무하는 군인 동무들한테는 이밥에다 고깃국 맛있게 끓여 배불리 먹이고 하룻밤 잠자리를 같이해 주는 것이 최고의 대접이라고 말했습네다. 그때 복순 동무는 기거야 돈 드는 일도 아니니까 일없이요 하면서도 망설이는 빛을 보였습네다. 만약 소문 나면 어카느냐고 걱정하면서 말입네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대뜸 언짢은 내색을 보였습네다. 이 집에 누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고? 그 말이 좀 노엽게 들렸던지 복순 동무는 이내 후회하는 빛을 보이며 나중 헤어져 살더라도 소문만 내지 말라고 부탁했습네다. 그때서야 내가 허허 웃으면서 서로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왜 기따우 소문을 생각도 없이 퍼뜨리겠는가 하며 아무 걱정 말라고 했습네다. 기러니까 복순 동무도 안심하는 빛을 보이며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말했습네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닭을 잡고 이밥을 지어 곽인구 사관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밥상을 차려 대접했습네다. 기런데 바로 그날 저녁에 그런 끔찍한 사고가 생겼다니 우리가 아마 하늘로부터 천벌을 받았는가 봅네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지 못해 살아온 지난날이 원쑤같이 느껴집네다.

 저는 어린 시절에도 배고픈 설움을 겪으며 성장했습네다. 노동자의 맏딸로 태어나 고등중학시절까지 산골에서 살았는데 봄이 되면 늘 식량이 떨어져 초근목피로 부족한 식량을 메웠습네다. 그러나 건너 마을에 사는 내 친구는 공화국에 사는 같은 인민인데도 사는 형편이 우리와는 전혀 딴판이었습네다. 알고 보니 걔네 아버지는 군인이었습네다. 그때 저는 하나의 꿈을 키웠습네다. 나중 나도 나이가 들면 전도 유망한 멋진 군인 총각과 결혼하겠다고요. 군인과 결혼하면 식량을 비롯해 다른 배급도 넉넉하게 받고, 여기저기 다른 도시로 옮겨가 살며 붙박이 같은 생활도 청산할 수 있으니까 말입네다.

 그런데 운 좋게도 저는 군인과 결혼할 수 있었습네다. 사람들 말로는 내가 인물이 좋고 건강하게 생겨 군인들이 좋아할 려성상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실 처녀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군인 총각과 결혼한 친구에게 수없이 매달렸습네다. 전도 유망한 군인 총각이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죽은 세대주를 만나게 되었습네다. 죽은 세대주는 전연지대에 묻힌 지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초기복무사관(初期服務士官 : 기술능력이 우수한 자를 선발해 만기복무기간에서 1~5년간 더 복무하게 하는 기술하사관으로서 해당자에게는 결혼신청권과 영외거주권을 주고 소위 수준의 봉급과 가끔씩 현지임관의 기회도 부여한다)이었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