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45)

 『그게 사실인가?』

 기술부원장은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정남숙 과장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말이오 안전부장 동지한테 사정해 그 압수한 남조선

페니실린과 광폭항생제를 몇 병 구합시다. 지금 두 젊은이의 일생이

기로에 놓여 있소.』

 『저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 세대주가 원체 작대기 같은

사람이라….』

 정남숙 과장은 곽병룡 상좌가 워낙 원칙에 강한 사람이라 자신의 말을

들어줄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더구나 그 의약품은 지도검열 구루빠가

압수해 놓은 것이라 개인적으로 사정해서 몇 병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병원장이나 부원장이 직접 찾아가든지,

아니면 전화상으로라도 군 인민병원의 실정을 토로한 뒤 공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면 안전부도 압류물품 처리절차를 밟아 몇 병 빼줄 것 같은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기술부원장은 그런 정보만 들어도 두 젊은이의

화농 문제는 반쯤 해결된 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병원장 동지를 만나보갔습네까?』

 김재순 과장이 묻자 기술부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럼.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는 말이 있는데 이 일은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잖소? 정 안되면 몇 병 꿔 달라고라도 해야지 시간 끌면

남자아이 가슴과 여자아이 자궁은 못쓰게 된단 말이오. 기러니까니

동무들은 내가 병원장 동지를 만나고 올 때까지 여기 좀 앉아 있으라우.』

 기술부원장은 손수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문밖에까지

나가 기술부원장을 배웅하고 다시 들어왔다.

 『그 송영기라는 청년은 경과가 어때?』

 김재순 과장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이젠 기래도 한시름 놓았시요. 사람을 때려도 어드러케 길케 개 잡듯

때려 놓습네까? 처음에는 바라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시요.』

 말만 들어도 난리법석을 떤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며 김재순 과장은

혼자 혀를 찼다.

 『큰일이야, 큰일! 청소년들 범죄가 어떻게 그렇게 날로

흉악해지는지…. 수사일꾼 이야기 들어보니까니 발단은 피해자들이 원인을

제공했던구먼. 야심한 밤에 글세, 남녀가 산에는 뭐하려구 올라갔는가

말이야?』

 『젊은 사람들이야 그게 사업인데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지요. 나는

송영기 학생의 관자놀이를 꿰매어 준 뒤부터는 손이 떨려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평양에 나가 공부하고 있는 우리 둘째 인숙이와 군에 나가

있는 인구 얼굴이 어른거렸어요.』

 『동무도 이제 나이를 먹는가보구나. 인구 그 애는 요사이 어디서

복무해?』

 『개성시 북동쪽에 있는 민경부대에서 복무하는데 요사이는 밤마다

꿈에 나타나 내가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아요. 어디 몸이 아픈지 한번

찾아가 볼 수도 없고….』

 정남숙 과장은 아들 생각에 그만 두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