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19)

 야, 남철아. 돼지서리는 이렇게 하는 기야. 이제 알간?

 김만호 전사는 뽐내듯 박남철 전사를 건너다보았다. 그때 돼지의 홍문(항문)에서 물똥 같은 배설물이 줄줄 흘러내리면서 발버둥치던 돼지가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만호 전사가 박남철 전사의 어깨를 툭 쳤다. 돼지의 명줄이 완전히 끊어졌으니까 올가미를 늦추어 마대자루에 쑤셔 넣어라 하는 신호였다. 박남철 전사는 김만호 전사가 시키는 대로 명줄이 끊어진 돼지를 재빨리 마대자루에 담아 어깨에 멨다.

 잠시 후 두사람은 돼지우리를 나왔다. 골목에는 리상혁전사가 망을 보고 있었다. 마대자루를 메고 골목으로 나온 박남철전사는 보는 사람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리상혁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사람은 도둑고양이처럼 인적이 없는 마을의 남새밭을 가로질러 농기계관리소 뒤 야산으로 올라갔다.

 세 사람은 야산 바위 밑에서 돼지를 잡았다. 목을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뒤 각을 떴다. 김만호 전사는 돼지를 소리 한번 내지 못하게 가스로 취하게 만들어 낚아채는데도 명수였지만 서리해 온 돼지를 잡아 각을 뜨고 껍질을 벗겨 털을 없앤 뒤 고기를 삶아 먹을 수 있게 손질하는 솜씨도 명수였다. 정말 경험자다웠다.

 『머리와 몸통은 묻어두고 엉덩짝과 발족만 삶아 먹자우.』

 김만호 전사가 말했다. 박남철 전사와 리상혁 전사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럼 농기계관리소에 내려가 고기 삶을 솥가마와 곤로 좀 들고 와. 난 이 고기 구덩이 파서 응달에 묻어 놓을 테니까.』

 박남철 전사와 리상혁 전사는 농기계관리소로 내려와 정황을 살폈다. 그들이 돼지서리를 나간 뒤에도 농기계관리소와 임시숙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들은 잠든 분조원들의 머릿수를 확인한 뒤 고기를 삶을 준비를 해 김만호 전사가 기다리고 있는 야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김만호 전사는 두 사람이 도착하자 산밑에서 고기를 삶는 불빛이 보이지 않게 구덩이를 파 곤로를 설치하고, 나뭇가지로 양은 솥과 곤로 주위를 가린 뒤 고기를 삶았다.

 얼마 후 세 사람은 펄펄 끓는 솥에서 돼지 뒷다리와 엉덩짝을 건져내 단도로 썰었다. 구수한 고기 냄새가 침을 꿀꺽 넘어가게 했다. 김만호 전사는 이 구수한 살코기를 얼마 만에 먹어보는가 하면서 단도로 썰어놓은 돼지고기를 왕소금에 찍어 시식하듯 먼저 먹었다. 그러면서 박남철 전사와 리상혁 전사에게도 먹어보라고 했다.

 『기럼, 먹어야디.』

 리상혁 전사가 썰어놓은 돼지고기를 강냉이된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고기가 연하고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세 사람은 굵직굵직하게 썰어 놓은 돼지고기를 왕소금과 된장에 찍어 걸신들린 듯이 먹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