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10)

 아무래도 날씨가 이상해. 비가 오려나?

 인화는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모 반듯하게 논둑길이 나 있는 논벌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화물자동차를 타고 중당리협동농장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허허롭기만 하던 들판이 불과 며칠 사이에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당의 선전선동구호가 적힌 오색 깃발이 불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펄럭거리고 있으니까 논벌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거기다 기동선전대의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들려오자 반듯반 듯 갈이땅(경지) 정리가 된 논벌은 큰 축제행사를 벌이는 야외 무대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당에 대한 불타는 충성심과 혁명적 열정을 안고 오늘도 새별고등중하교 학생들은 모내기전투장으로 모였습니다. 모 한 포기를 내 몸처럼 아끼며 깐지게 광활한 논벌에 모를 심는 저 학생전투대의 근면 성실한 모습은 일찍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젊은 시절을 따라 배우려는 항일 혁명 영웅들의 모습이며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 식으로 펼쳐 나가는 조선의 보배들 모습이며 조국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늠름한 역군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화물차의 지붕에다 고성기(확성기)를 매달고 논벌을 누비며 선전 활동을 하는 기동예술선전대 차가 지나갔다. 인화는 분조원들과 함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무논으로 들어갔다. 기동예술선전대 차에 타고 있는 예술일꾼들이 고성기 방송으로 새별고등중학교 학생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젊은 날을 따라 배우는 항일 혁명 영웅들의 모습대로 오늘도 근면 성실하게 모내기 전투를 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며 지나가니까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던 것이다. 또 자신들의 힘든 하루하루를 당에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끊어질 만큼 아픈 허리도 순간적으로 아픔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인화는 당의 그런 선전선동 활동에 고무되어 얼음물처럼 찬 무논에서도 고통을 참아내며 어제처럼 모를 심어 나갔다. 학생 한 사람에게 할당된 목표는 80평이었다. 어제처럼 분조원 전체가 낙오자 없이 1일 할당량만 해내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노력공수가 있으므로 목표량을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제1분조가 환자와 부상자가 없기 때문에 모범전투분조가 될 확률도 높았다. 만약 그렇게 순조롭게 모내기전투가 마무리만 된다면 상품으로 내 걸린 통돼지 한 마리는 31작업반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작업반은 감기몸살환자와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거기다 좋지 못한 사고까지 발생해 분주소로 끌려간 학생들도 많은데 31작업반은 부상자와 감기몸살환자를 다 합쳐도 열 손가락 미만인 것이다. 인화는 남학생 대표와 함께 31작업반의 종합적인 노력공수를 면밀하게 계산해 본 뒤, 그 결과를 각 분조장들에게 알려주며 허리가 아파 끙끙대는 분조원들을 독려해 나갔다.

 『부상자만 없어도 통돼지 고기를 먹을 수 있다. 힘내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