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18) 박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보통 하루 전에 우마차사업소에 사용신청서를 내면 우차나 마차가 나오는데 보통 50㎏짜리 입쌀 10가마를 2㎞ 정도 운반해 주면 35∼40원 정도 운임을 받는다고 해.』

 문중위는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생각난 듯 지게돌격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남포에 갔을 때, 부두에 조직되어 있는 지게돌격대를 봤는데 기것두 대단하더라구….』

 『지게에다 배에 실을 화물을 나누어 지고서리 먼 거리를 계주하듯 운반하는 부두 노동자들 말이디?』

 『기래. 나 기거 보구 놀랬다니까. 발걸음들이 어찌 재바른지….』

 박중위가 백마리와 제당동 사이에 있는 우마차사업소 쪽으로 지프를 몰며 남조선 대북 방송 이야기를 꺼냈다.

 『언젠가 고성기(확성기) 방송을 듣다 보니까니 남조선에도 지난 60년대에는 우마차로 짐을 운반해 주고 생계를 이어가는 마부들이 많았었데…. 기래서 남조선에서는 「마부」라는 영화까지 나왔는데 이제는 거리에 자동차가 꽉 들어차 우마차가 들어설 자리가 없대나….』

 『기럼 우리가 남조선보다 20년이나 뒤져 있다는 말인가? 대관절 기런 내용을 고성기 방송에다 내보내는 남조선 아새끼들의 의도가 뭐이야?』

 문중위가 흥분하는 빛을 보이자 박중위는 그런 뜻이 아니라며 배경설명을 했다.

 『방송에 나온 남조선 여성방송원의 말을 들어보니까니 우리 민족은 입쌀 몇 가마니를 운반해도 같은 정서와 같은 운반기구를 사용하면서 살아온 단일문화민족인데 지금은 남북으로 서로 갈려 남쪽은 자본주의 생활양식으로 굳어져 있고, 북쪽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으로 굳어져 있어 꼭 다른 민족의 생활양식을 보는 것같다나…. 기런데 월남자들을 통해 북쪽의 우마차사업소 소식을 들으면 남쪽의 60년대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정감이 가고 향수가 끓어올라 통일이 되면 꼭 보러 오겠다나…. 남쪽에는 지금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놀구 있네 개자식들. 우리가 지금 전쟁준비 하느라 바빠서 기렇지 우리라구 맨날 우마차나 끌면서 쇠똥 냄새나 맡으라구….』

 문중위가 투덜거리고 있을 때 지프가 우마차사업소에 도착했다. 넓은 공터 옆에다 사무실과 마부들의 합숙소를 지어놓고, 30여 대의 우마차를 공장ㆍ기업소나 협동농장으로 내보내고 있는 금천군 우마차사업소는 낮이라 비어 있었다. 우사(牛舍)와 마사(馬舍)에는 마부 몇 사람이 바닥을 긁으며 청소를 하고 있었고, 사료 창고인 듯한 가건물에는 소와 말들이 먹을 여물을 작두로 썰어 큰 가마솥에다 넣고 쇠죽과 말죽을 끓이는 모습이 보였다. 또 영선반에서는 파손된 소달구지와 마차 바퀴를 갈아 끼우면서 띵땅띵땅 오함마질(주함마질)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