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위는 오늘 이 협동식당을 문중위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그는 금천 역전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큰고개 길을 따라 20여 분간 달렸다. 금촌읍으로 식량이나 화물을 싣고 들어오는 례성강 나루터가 보였고, 석비레(푸석돌이 많이 섞인 흙) 벽돌로 지어 회칠해 놓은 로동자구 합숙소가 나타났다.

 협동식당은 합숙소와 나루터로 향하는 삼거리에 있었다. 로동자구 가내부업반 창고와 잇대어 있는 협동식당에서는 물고기 끓이는 냄새가 등천을 했다. 박중위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협동식당 뒤쪽에다 지프를 세우고 옆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구멍탄을 피운 원탁이 세 군데 놓여 있었다. 밤일을 나가는 로동자구합숙소 청년돌격대원들과 나루터 하역로동자들이 그 원탁가에 둘러앉아 저녁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동자들은 구멍탄 화덕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고기 찌개를 바라보며 정겹게 담소하고 있었다. 하얀 머릿수건을 덮어쓰고 로동자들 사이를 부산하게 왔다갔다하는 협동식당 아낙들의 모습은 밝고 생기 차 보였다.

 박중위는 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다. 로동자들 식탁에 밥을 갖다주고 돌아서던 한 아낙이 박중위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군관 동지! 연락도 없이 다 저녁때 어인 일이십네까? 어서 안으로 들어 오시라요.』

 문중위는 박중위를 따라 무심코 식당 안으로 들어가다 우뚝 섰다. 식당 아낙은 역전 거리에 있는 국영식당이나 전연지대의 군인식당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자태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나일론 머릿수건(스카프)에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도 낯선 풍경이었지만 빨간 입술연지(루즈)와 물크림(로션) 냄새를 솔솔 풍기며 다가와 품에 안길 듯이 살갑게 웃어주는 모습이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었다.

 『이야아, 아주마이! 며칠 못 본 사이 많이 고와졌다. 그 동안 무지개사업(공공기관의 간부를 상대로 몸을 주면서 그 대가로 물품이나 돈을 받는 매춘사업)은 많이 했소?』

 이따금씩 협동식당을 드나든 박중위는 그새 낯이 익어서 식당 아낙의 친절한 인사를 받아들이며 농담까지 주고받고 있었다. 문중위는 좌급 군관 흉내를 내는 박중위의 노련한 모습과 식당 아낙의 색정 넘치는 웃음에 질려 꿰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뻣뻣하게 서 있었다.

 『하이구, 다 아시면서 와 이러실까?』

 식당 아낙이 박중위의 한쪽 팔을 끼고 웃으며 저기 문 앞에 서있는 잘생긴 군관동지는 누구냐고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이 사바카(色骨)같은 에미나이, 그 사이 문중위한테 군침 흘리는 거 봐? 박중위는 웃음으로 식당 아낙의 눈인사를 받아넘기며 문중위를 함께 복무하는 동료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낮게 속삭였다.

 『공무출장 나와 돌아다니다 저녁밥 먹으러 왔소. 지배인 아주마이는 어디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