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닌바리(千人針)는 일제시대 강제 징용이나 징병에 끌려가는 사람들을 위해 천사람의 여자가 무명천에 붉은 실로 무운장구라는 수를 놓는 것을 말한다.

 이 센닌바리에는 전쟁터에 끌려 나가는 이들의 무운을 비는 1천명 여성의 기도와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천황을 향해 충성을 유도하려는 일제의 기발한 간계가 숨어 있다. 징용이나 징병에 끌려 가는 사람들이 천명의 여인들의 정성이 모인 수건을 쓰는 순간 징용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강제징병을 스스로 용납하는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류작가 김녕희씨〈사진〉의 「센닌바리」(경운출판사 펴냄)는 이 센닌바리를 소도구로 해 여기에 얽힌 식민지 시대말기 우리 어머니 세대가 겪었던 슬픈 역사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해방 바로 전인 45년 8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시대의 격랑에 휘몰린 한 가문의 부침 기록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는 민족적 수난과 빼앗긴 자의 개인적인 아픔이 짙게 녹아 있다.

 여기에다 김씨는 열두살 어린 주인공의 눈을 통해 본 어머니라는 한맺힌 여인의 애사를 간절한 필체로 담아 놓고 있다.

 「엄마는 붉은 수실로 일곱 개를 만든 무운장구 센닌바리위에 청록색의 수실로 다시 수를 덧놓고 있었던 것이다. ㆍㆍㆍ오직 그 일만이 아버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요 헌신이라고 여긴 엄마는 자기의 안타깝고 간절한 사랑을 그렇게 고단한 밤잠을 바쳐 수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8ㆍ15 해방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위해 정성스럽게 센닌바리를 손질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작가는 『순백의 첫눈같은 성장소설을 한편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수실로 한땀 한땀 센닌바리를 뜨듯 그 어려웠던 시대의 아픔과 그리움, 그리고 분노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천 출신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씨는 15편의 창작집을 냈으며 한국소설문학상(87년), 조현연문학상(89년)등을 수상했다.

〈구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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