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전투(30)

 그런데도 농장원들은 요령주의에 파묻혀 그런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외부에서 농삿일을 도와주겠다고 노력지원인력이 들어와도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라면서 요령주의를 가르쳐 주고, 돌아서서는 딴 꿍꿍이를 기대하는 교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로청위원장은 농장원들의 그런 모습이 영 못 마땅했다. 비틀린 심사를 확 터트려 버릴까 하는 모진 생각도 가져 보았으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안해의 말이 떠올라 말없이 배낭을 둘러멨다. 분조원들과 같이 숙소를 배정 받고, 작업복으로 바꿔 입고 내려와야 할 일이 또 바빴던 것이다. 그는 깊은 시름에서 벗어나듯 담배를 한 대 붙여 물고 분조원들을 따라 터벅터벅 숙소로 올라갔다.

 『몇 작업반이야?』

 기요과장이 뒤따라오며 물었다.

 『25반입네다. 과장 동지는요?』

 『26반이야. 감찰과 백동지는?』

 『27반이랍데다.』

 『기러구 보니 사회안전부는 25반부터 5개 작업반으로 묶어 놓았구먼.』

 『다들, 어느어느 기관에서 나왔답데까?』

 『군 인민위원회 산하 각 기관들이 다 나온 모양이야.』

 『아까 어느 동무가 그러던데 며칠 후엔 노동신문사와 조선중앙방송 취재단들이 내려와 모내기전투 진척 상황을 전국에 중개한다는 말도 있습데다.』

 기요과장은 그때서야 의문이 풀린다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기래서 과장급 이상 늙은 간부들은 옆으로 다 빼냈구만….』

 『기건 또 무슨 말입네까?』

 『허리 아파 비틀거리는 모습 중개되면 군 당 조직부장이 골치 아프다는 이야기갔디…. 잘 됐어. 우리는 그 덕에 개나 잡아 먹구 쉬다가 가자우.』

 사로청위원장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큰 벽을 보고 만 기분이었다.

 제2의 혁명이 필요해. 이래서는 우리의 앞날이 없어….

 사로청위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아 먼 산을 바라보았다. 비만 오면 붉은 황톳물과 토사만 안겨 주는 다락밭이 더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사로청위원장은 그제사 백창도 과장의 얼굴에 깔린 깊은 우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백창도 과장도 속속들이 곪아 들어가는 공화국 사회의 뿌리 깊은 요령주의와 패배주의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는 뒤따라오는 백창도 과장을 바라보다 안타깝게 외쳤다.

 『왜 자꾸 처집네까? 빨리 오시라요, 과장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