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전투(9) 검붉게 물드는 서쪽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솔솔 불어오는 마파람이 마치 울고 있는 하늘을 달래주는 어버이 수령님 같았다. 물먹은 나무 이파리들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다가와 상쾌한 기분을 안겨주고는, 늄창(알루미늄창문)에 묻은 물기와 아파트 내민대(베란다) 안에 갇혀 있는 눅눅한 습기마저 거두어 하늘로 날아가게 했다.

 그리고는 북쪽 하늘에 심술쟁이처럼 떠있는 회색 구름층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있는 느낌이었다. 북쪽 하늘에 떠있는 회색 구름층들은 한 차례씩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형형색색으로 흩어지면서 어디론가 쫓겨가고 있었고, 구름층들이 쫓겨간 빈 하늘에는 이내 빗살 같은 놀빛이 뻗어나가면서 곱게 물든 저녁하늘을 더욱 넓혀 나갔다.

 『할머니, 하늘 좀 봐.』

 곱게 노을이 물든 서편 하늘이 너무 아름다운 듯 인화는 안방으로 들어가 손씨를 끌어당겼다. 콧등에다 돋보기 안경을 얹어놓고, 떨어진 나일론 양말 조각으로 골무를 만들어주고 있던 손씨가 손녀의 성화에 못 이겨 아파트 내민대로 나왔다. 늄창이 덜컹거릴 정도로 마파람이 몰아치면서 검붉게 낙조가 깔린 저녁하늘이 아파트 현관까지 밝게 밝혀주고 있었다.

 『옳거니! 내일 근심은 마 덜었다. 어서 배낭에다 옷가지나 챙겨 넣어라.』

 손씨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저녁하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영명하신 천지신명께서 낙조가 깔린 저녁하늘을 내려주시니 내일 모내기전투에 나갈 손녀가 무논에서 비를 맞으며 모를 꽂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이고! 고맙기도 하셔라. 농장원들이 물정 없이 모내기를 할 수 있게 비도 여유 있게 내려주시고, 나라의 부름을 받고 모내기전투에 나가는 손자손녀들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때맞춰 개인 하늘까지 내려주시니 이보다 고마운 은덕이 어디 있겠는가?

 손씨는 붉은 저녁 하늘을 향해 또 한 차례 손을 모아 배례한 뒤 방으로 들어왔다. 인화가 모내기전투 기간 동안 갈아입을 속옷이며 양말이며 세면도구 등을 챙겨 배낭 속에 넣다 손씨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모내기전투 나가면 거머리가 많이 붙어?』

 『아니다. 긴양말(스타킹) 신고 들어가면 괜찮다. 이 골무도 잘 챙겨 넣어라.』

 인화는 할머니가 만들어 준 골무 열 개와 긴양말 세 켤레를 비닐 봉지에 싸서 배낭 속에 챙겨 넣으며 포오 한숨을 쉬었다. 학급 반장이라서 모내기전투에 나가서도 분조장을 맡아야 하는데, 그녀는 아직도 모를 어떻게 심는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강냉이 영양단지심기ㆍ물주기ㆍ부식토 퍼나르기ㆍ이삭줍기 같은 농촌노력지원은 많이 해보았어도 모내기 전투나 가을걷이 전투는 고등중학교 4학년 때부터 나가기 때문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인화는 그 궁금증을 손씨에게 물었다.

 『할머니, 모는 어떻게 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