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북쪽 하늘에 심술쟁이처럼 떠있는 회색 구름층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있는 느낌이었다. 북쪽 하늘에 떠있는 회색 구름층들은 한 차례씩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형형색색으로 흩어지면서 어디론가 쫓겨가고 있었고, 구름층들이 쫓겨간 빈 하늘에는 이내 빗살 같은 놀빛이 뻗어나가면서 곱게 물든 저녁하늘을 더욱 넓혀 나갔다.
『할머니, 하늘 좀 봐.』
곱게 노을이 물든 서편 하늘이 너무 아름다운 듯 인화는 안방으로 들어가 손씨를 끌어당겼다. 콧등에다 돋보기 안경을 얹어놓고, 떨어진 나일론 양말 조각으로 골무를 만들어주고 있던 손씨가 손녀의 성화에 못 이겨 아파트 내민대로 나왔다. 늄창이 덜컹거릴 정도로 마파람이 몰아치면서 검붉게 낙조가 깔린 저녁하늘이 아파트 현관까지 밝게 밝혀주고 있었다.
『옳거니! 내일 근심은 마 덜었다. 어서 배낭에다 옷가지나 챙겨 넣어라.』
손씨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저녁하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영명하신 천지신명께서 낙조가 깔린 저녁하늘을 내려주시니 내일 모내기전투에 나갈 손녀가 무논에서 비를 맞으며 모를 꽂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이고! 고맙기도 하셔라. 농장원들이 물정 없이 모내기를 할 수 있게 비도 여유 있게 내려주시고, 나라의 부름을 받고 모내기전투에 나가는 손자손녀들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때맞춰 개인 하늘까지 내려주시니 이보다 고마운 은덕이 어디 있겠는가?
손씨는 붉은 저녁 하늘을 향해 또 한 차례 손을 모아 배례한 뒤 방으로 들어왔다. 인화가 모내기전투 기간 동안 갈아입을 속옷이며 양말이며 세면도구 등을 챙겨 배낭 속에 넣다 손씨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모내기전투 나가면 거머리가 많이 붙어?』
『아니다. 긴양말(스타킹) 신고 들어가면 괜찮다. 이 골무도 잘 챙겨 넣어라.』
인화는 할머니가 만들어 준 골무 열 개와 긴양말 세 켤레를 비닐 봉지에 싸서 배낭 속에 챙겨 넣으며 포오 한숨을 쉬었다. 학급 반장이라서 모내기전투에 나가서도 분조장을 맡아야 하는데, 그녀는 아직도 모를 어떻게 심는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강냉이 영양단지심기ㆍ물주기ㆍ부식토 퍼나르기ㆍ이삭줍기 같은 농촌노력지원은 많이 해보았어도 모내기 전투나 가을걷이 전투는 고등중학교 4학년 때부터 나가기 때문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인화는 그 궁금증을 손씨에게 물었다.
『할머니, 모는 어떻게 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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