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미궁속으로 빠질 뻔한 이정섭군(당시 12세)의 가출사건은 사건발생 4년만에 일가족에 의해 살해 암매장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대장ㆍ허욱준)의 끈질긴 탐문수사 끝에 천륜을 저버린 일가족의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전모는 가출신고된 정섭군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을 의심한 경찰이 횡성군 갑천면 사무소 직원으로 하여금 가출신고 확인서를 요구토록 하자 첫째딸 종옥씨(42)와 다섯째딸 금자씨(31)가 『이정섭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면 모두 유치장에 가야 된다』고 말한 진술을 확보, 일가족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은 이명재씨(68)의 둘째딸 종선씨(38)가 지난해 12월21일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 아들에게 『정섭이한테 몹쓸 짓을 해서 천벌을 받나보다』고 수차례 고백하면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정섭군의 손버릇이 나빠 집안이 동네에서 지탄을 받자 범행을 모의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아버지 이씨의 모든 재산이 아들 정섭군에게 상속되는 농촌의 관습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인면수심의 이들은 원주 친척집에 제사 지내러 가자며 속인뒤 차안에서 수면제를 잔뜩 넣은 음료수를 먹였으나 잠들지 않고 자꾸 깨어나 『아버지 어디가는 거예요』라고 응석을 부리는 순진한 아들을 목졸라 살해한 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는 잔악함을 보였다.

 이들 비정한 가족들에 의해 정섭군은 12살 어린 나이에 꽃도 피우지 못한채 싸늘한 시체로 흙속에 묻히고 말았다.

〈변승희기자〉 shbyu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