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정부가 나서야”

[언제 입소·어떤 생활]
김:1963년에 끌려가 굶주림 고통
안:수차 도주 실패해 죽도록 맞아
김:구타가 일상…왼팔 부러지기도
한:종일 노역…끔찍한 포로수용소


[경기도, 지원 한정 어떤가]
김:불평등 야기…피해자 이중 고통
안:두 번 울리는 것…불합리한 차별
김:잘못됐다…타지 있어도 해줘야
한:말이 안된다…최소한의 복지를


[해결, 어떻게 보는가]
김: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사안
안:정부 관련 발표해야 후속 조치
김:악몽 피해자 명예 회복 힘써야
한:과거를 모르면 현재도 힘든 법


[하고싶은 말 있다면]
김:도, 정부 탓 말고 적극적 자세를
안:평균 나이 많아 운명하는 분도
김:정부 차원 지원책 마련·추진을
한:답답함 하루빨리 풀어줬으면
▲(왼쪽부터)김영배(68·수원), 김용식(68·창원), 안영화(71·인천), 한봉희(69·울산)

선감학원에 입소했던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악몽 같은 생활을 해야만 했다. 피해자들 모두가 국가폭력의 피해자다. 지난해 10월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부분의 후속 조치에 손을 놓고 있고, 경기도는 도민만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일보는 사건의 피해자 단체인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의 김영배 회장과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거주 중인 피해자 3명의 목소리를 전하는 지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참가자들에게 공통 질문을 주고 각각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상 좌담회 참가자>

▲김영배(68·수원) ▲안영화(71·인천)

▲김용식(68·창원) ▲한봉희(69·울산)

1. 선감학원엔 언제 입소했고 당시 생활은 어땠나.

김영배: 1963년에 억울하게 끌려가 1968년까지 5년 넘게 수용됐다. 피해자 대부분 끌려갈 때 강압에 의해서였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굶주림이다. 당시 성인들이 할만한 논밭 가꾸는 일을 아이들이 했는데 식사량은 굉장히 부족했다. 거기에다 일본 군대식 규율에 맞춰서 생활했으니 한창 자랄 나이에 배고픈 고통이 컸다.

안: 1965년부터 1967년까지 있었다. 구타를 당하고, 일을 다 못하면 기합받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오죽했으면 뱀이랑 쥐를 잡아먹었다. 이 때문에 여러 번 도망을 가려고 했는데 사실상 목숨을 내놔야 하는 거니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중 몇 번은 들켜서 죽도록 맞고 굶어야 했다.

김용식: 1963년에 선감학원에 들어가 1년 8개월 정도 있었다. 이때 대부분 배가 고파서 허덕이곤 했는데 한 친구가 담요를 뜯어 먹다 사망했다. 그만큼 먹을 거를 충분하게 주지 않았다. 구타도 일상적이었는데 당시에 몽둥이 같은 것으로 맞아서 왼팔이 부러졌다. 관리자들이 아이들을 집합할 땐 너무 무서웠다. 오줌을 지리기까지 했었다.

한: 1966년도에 선감학원에 입소해서 2년 정도 생활했다. 거기는 완전 포로수용소와 같았다. 기숙사 건물이 군대식으로 길게 지어져 아이들이 칼잠을 자야 했다. 밤엔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섰고 아침, 점심, 저녁마다 일을 할당받았다. 그 일을 다 하지 못하거나 관리자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기합을 받았다.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2. 가해 기관인 경기도가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지원은 지역에서 거주하는 자로 한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영배: 경기도가 다른 지역 피해자들에게 지원하지 못하는 부분은 행정상 어쩔 수 없을 수 있다. 다만 이 때문에 피해자들 간에 불평등을 야기하고 좋지 않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이중 고통을 받게 되는 문제다.

안: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거다. 내가 잡혀갔을 땐 경기도에서 살았다. 그런데 성인이 돼서 다른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나만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가해 기관이 경기도인데 경기도가 이들을 차별해서 지원금을 준다는 건 불합리하다.

김용식: 잘못됐다. 다 같이 거기서 피해를 보고 그때 일로 제대로 공부도 못하면서 엉망이 됐다. 그런데 경기도에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본다는 건 불공평한 것 아니냐. 해주려면 다 해줘야 한다. 피해자들은 대전에도, 대구에도, 인천에도, 광주에도, 제주도에도 다 흩어져 있다.

한: 우린 대한민국 사람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저질러진 일인데, 말이 안 된다. 아이들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지게 한 기관은 경기도다. 그러면 피해를 겪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니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

 

3. 결국 정부가 나서 사과는 물론 전국적인 복지 정책을 시행해야 해결될 텐데, 어떻게 바라보는가.

김영배: 정부 부처장들이 한마디만 하면 행정이 이어질 수 있는 건데, 하질 않으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것이다.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안이다.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자기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안: 정부에서 사과나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보니 뚜렷한 해결책 보이지 않는다. 진화위가 정부에 권고도 했지만, 아직 별다른 조치가 없다. 정부가 관련해서 발표해야만 전국에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김용식: 지금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빨리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부랑아라고 낙인이 찍힌)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한: 정부가 일단은 사과해야 하는데 뒷짐을 진 상황이다. 참 억울하다. 과거를 모르면 현재도 힘든 법이다. 정부가 한 번이라도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한다. 이어서 피해자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영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속상할 따름이다. 정부가 여러 가지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경기도 역시 정부 탓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해 터 보전이라든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안: 그동안 피해자들은 부랑아라는 말도 안 되는 거 때문에 집안 식구들한테 얘기하지도 못했다. 지금 피해자들 평균나이가 꽤 많다. 그래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나서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줬으면 한다.

김용식: 두말할 것 없이 정부가 빨리 나서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속히 추진해야 한다.

한: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다 보니 답답할 뿐이다. 피해자들 모두 똑같을 거다. 그 답답함을 품고 살아야 하는데 (정부가) 하루빨리 풀어줬으면 한다.

 

['선감학원 진실규명' 무엇을 남겼나] 취재 후기

1955년부터 1982년까지 선감학원에 입소한 아동들의 이름이 담긴 경기도의 원아 대장. 인천일보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분명 선감학원이 운영된 시기는 1942년부터인데 명단은 1955년부터였다. 그렇다면 원아 대장 이전에 12년여 동안 입소한 피해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그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1952년쯤 2년 6개월 동안 피해를 겪었다는 이일성씨를 찾고 그의 삶을 상세히 들었다. 이씨에겐 똑같은 피해를 겪었는데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설움이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가 폭력 조사 기관인 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한 유해들은 민간 연구원에 맡겨져 있었다. 이 유해들은 연구원의 용역 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 이후 어디에도 오고 가지 못할 수 있다. 안산시 선감동 일대에 묻힌 유해들은 여전히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가 올해부터 전체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도민 대상으로만 하자 다른 시·도에서 거주 중인 피해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놀랍지만, 전부 지난해 10월20일 진화위가 진실을 규명한 이후의 현상들이다. 결국은 정부와 경기도가 나서야 할 문제들이다. 이들 기관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풀리질 않는다. 인천일보가 내린 결론처럼 피해자들의 바람도 그뿐이다.

/최인규·정해림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사진제공=지상좌담회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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