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에서 어떻게 형상화 됐나…전시실서 볼수 있죠”

상설전시 가능한 인천전시실 조성
개관 10주년 근대문학관 숙원 해결

'모란병' 작품 옆 경계비석으로 시각화
종이 벗어난 생생한 입체 기법 전시
'100문 퀴즈' 등 체험·즐길거리도 가득
▲ 인천전시실을 만든 함태영 한국근대문학관 운영팀장.
▲ 인천전시실을 만든 함태영 한국근대문학관 운영팀장.

우리나라 유일의 공공 종합 문학관이 인천에 있다. 인천 중구 개항장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3년 만든 한국근대문학관이 그것이다.

1890∼1948년 사이의 문학자료를 총망라하며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운동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문학관이 개관 10주년이 됐다.

10년간 문학관을 운영한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문학관이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적 자료를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개항도시인 인천에 위치하며 인천시민의 세금을 들여 운영하는 이곳에서 인천의 근대문학을 집중 조명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관 당시부터 한국근대문학관을 총괄한 함태영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운영팀장은 그렇기에 언제나 인천시민에게 채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숙원이 이제야 풀렸다. 한국근대문학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상설전시가 가능한 인천전시실을 조성했다.

▲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전시관 내부 모습.
▲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전시관 내부 모습.

▲한국 근대역사의 출발점 인천, 문학 역시 인천에서 풀어내야

근대문화가 집중적으로 인천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문학사를 논할때도 인천을 빼놓을 수 없었으며 그 자료도 방대했다. 문학박사이기도 한 함 팀장이 인천전문관이 필요하다고 여겨온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창대한 시작점을 먼저 정리하며 차근차근 나아가야 했는데 무언가 중요한 부분이 결여됐다는 불안이 존재했었습니다. 이제 인천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문물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죠.”

인천문화재단 직원들과 그의 소명의식 덕에 인천전시관은 다른 문학관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특별함이 있다. 연대순으로 죽 늘어놓거나 작가별, 시대순으로 나열한 전시 방식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책'이라는 형태로 대표되는 문학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깊이 궁리했죠. 인천이 어떤 식으로 문학에서 형상화되었는지를 주제로 설정했습니다.”

이를테면 이해조 작가가 1911년 발표한 <모란병>에 인천이 국제도시로 언급됐다는 점을 들어 이 작품 옆에 당시 경계비석을 전시하는 식으로 책 내용을 시각화했다.

종이 뭉치를 전시할 수밖에 없는 문학관의 한계를 과감히 벗어나 생생한 입체를 만든 학예 기법을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전시관 내부 모습.
▲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전시관 내부 모습.

▲“문학관 나서며 '그 책 읽어봐야지' 생각들기를”

인천은 근대 시인들에게 바다의 낭만을 꿈꾸는 곳이자 이국적 풍광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소설가들은 외국인들이 북적대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와 기회의 땅이자 일확천금의 도시, 최고의 휴식과 여가지로 인천을 포착해냈다.

함세덕과 진우촌, 김동석, 배인철, 현덕 등 인천 출신 근대문인들도 인천을 배경으로 하거나 중요한 장소로 설정하는 작품들을 쏟아냈다.

함 팀장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두고 당시 문학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문학관인 만큼 참신한 체험과 즐길 거리를 첨가했다.

인천 근대문학을 주제로 한 '갤러그 게임'과 '100문 퀴즈', 'MBTI 테스트' 등 옛것과 현재 추세를 적절히 섞은 체험 장치 등으로 자연스럽게 근대문학을 접하고 익힐 수 있게 했다.

“많은 분이 이렇게 재밌는 곳이 있었구나 하고 여기고 문학에 관심을 가지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관련기사
[문화 인터뷰] 이종원 인천 서구문화재단 대표 2018년 출범한 인천서구문화재단은 참신하고도 지역에 필요한 문화예술사업을 펼친 덕에 신생 기관인데도 2년 내내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다. 초대 대표의 임기가 끝난 후 새 대표를 선임하지 못한 재단이 공석으로 대표 자리를 비워둔 이후 2년 동안 이 등급이 B에서 C로 급격히 추락했다.대표가 부재한 사이 문화재단이 전진해야 할 방향성을 잃고 관리가 안 되는 건 삽시간의 일이었다. 짧은 기간 흥망을 차례로 겪고 있는 서구문화재단에 이종원(사진) 대표가 다시 왔다. 취임 1년을 맞아 만난 그는 예전의 단단했던 반석 위에 재단을 다시금 올 [문화 인터뷰] 굴포문학 구자인혜 회장 “문학, 삶의 돌파구이자 구원” 1993년 인천여성문화회관 문예창작교실에 글을 쓰고 싶은, 그래서 배우고 싶은 여성 30여명이 모였다.문광영 당시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지도로 글이라는 걸 써보고 습작을 했다. 설익은 솜씨였으나 이 즈음 수강생들의 작품을 모아 <굴포문학> 창간호를 냈다.이후 굴포문학회를 결성한 이들은 30년이 된 올해까지 창간멤버 그대로 뚜벅뚜벅 걸어왔다.최근 30주년 특집호를 발행한 이들 중에는 양진채, 김진초, 구자인혜 같은 걸출한 인천 작가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지역을 넘어 전국 유수의 문학단체로 성장한 굴포문학회 구자인혜 회장은 문학을 [문화 인터뷰] 이진우 작가 “초고층 아파트 서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있던 곳” 요즘 인천을 돌아다녀 보면 지역 곳곳에서 높게 올라가는 새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로, 도심 활성화와 균형 발전 등의 이유를 앞세워 옹기종기 모여있던 옛 주택들은 사라지고 고개가 꺾일 정도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선다. 몇 년만 지나면 처음부터 아파트가 있었던 건 아닌가 싶게 이전의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약 30여 년 전, 그가 살았던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골목마다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동네를 채우고, 언덕 맨 윗집부터 마을 초입 구멍가게까지 [문화 인터뷰] 허정선 버텀라인 대표 "손님으로 들렀었는데...28년째 운영할 줄 몰랐죠" 불혹(不惑). 나이 40세를 일컫는 말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강한 바람을, 때론 폭우를 맞으며 더욱 단단해지고 성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오랜시간 한 자리에서 튼튼히 뿌리 내리며 지역을 지켜온 인천 신포동의 '버텀라인'이 올해 불혹을 맞았다.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자 대한민국 3대 재즈 클럽인 버텀라인의 허정선(사진) 대표를 만나 버텀라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스무살 때 버텀라인을 만났어요. 음악이 좋아 음악이 [문화 인터뷰] 김경태 프로그래머, '멜로 영화' 보러 오실래요 인천의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천 영화 주간 2023'이 지난 20일 오후 연수구 스퀘어원 야외광장에서 시민들의 기대 속에 막을 올렸다.오는 26일까지 스퀘어원과 CGV인천연수 등 지역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사랑에 빠진 영화'를 주제로 6개 섹션에 걸쳐 국내외 영화 32편이 상영된다.이번 영화제를 맡은 김경태 프로그래머는 “행사가 처음으로 열린 2021년에는 '열린 공동체의 도시, 인천'을, 이듬해에는 '가족의 재발견'을 주제로 영화제를 진행했다”며 “도시로 [문화 인터뷰] 오원배 화백 바다 특유의 짠내를 맡으며 해질녘까지 동네 수 바퀴를 돌았던 개구쟁이. 학창시절 재능을 알아본 스승의 권유로 미술계에 발을 들인다. 정든 고향 인천을 떠나 국내에서는 후학양성에 매진했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그의 작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023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오원배 작가의 개인전 '부유/현실/기록'이 오는 7일부터 내년 3월3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1(B)에서 열린다.인천문화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인 [문화 인터뷰]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 영화가 낭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 상영시간을 확인하고, 영화를 보기 위한 몇 시간의 기다림쯤은 마다치 않았던 그때. 영화가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던 1957년 인천 동구 송현동에 천막극장인 '미림극장'이 세워졌다.50년 가까이 지역의 대표 영화관으로 그 자리를 지켰지만,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2004년 폐관을 결정하고 시민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림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커졌다. 시민들의 열망과 시민사회, 영화계의 도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