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재즈클럽 올해 40주년
LP 공간서 '라이브 공연장' 자리매김
내달 네덜란드·아르헨 예술가 무대
불혹(不惑). 나이 40세를 일컫는 말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강한 바람을, 때론 폭우를 맞으며 더욱 단단해지고 성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시간 한 자리에서 튼튼히 뿌리 내리며 지역을 지켜온 인천 신포동의 '버텀라인'이 올해 불혹을 맞았다.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자 대한민국 3대 재즈 클럽인 버텀라인의 허정선(사진) 대표를 만나 버텀라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무살 때 버텀라인을 만났어요. 음악이 좋아 음악이 흐르는 곳을 찾아다녔거든요. 그때는 손님으로 자주 들렀는데, 수십 년 째 이 가게를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죠. 당시 가게 주인이 외국으로 가게 되면서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인수하게 됐어요. 그렇게 저도 벌써 28년째 버텀라인을 운영하고 있네요.”
처음부터 재즈 라이브 공연을 펼쳤던 건 아니었다. 허 대표가 단골손님으로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LP, CD 등을 통해 음악을 듣는 공간이었다. 허 대표가 인수 후 본격적인 라이브 공연을 시작했다.
그는 “소량의 앰프 등을 두고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그랜드 피아노도 없었고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에 무대도 없어 테이블 자리를 치우고 공연했다”면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공연하다 나중에는 일주일에 1회씩 공연을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모든 공연이 기억에 생생하지만 유독 잊지 못할 순간들도 있다.
“가게를 인수하고 초반에 한국 재즈 1세대 피아니스트인 신광웅씨가 이끄는 13인조 빅밴드의 공연이 있었어요. 여기에 있는 거로 모자라 근처 신포동 동사무소에서 의자를 빌려다가 자리를 만들었어요. 이 가게가 관객들로 꽉 찼죠. 그러면서 버텀라인이 서서히 알려지고 이후에는 프랑스 국민 베이시스트인 앙리 텍시에의 공연도 있었어요. 두 공연 모두 소름 끼칠 정도로 좋은 무대라 잊히지 않아요.”
“예전에 재능대학교에 재즈학과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과 정기공연도 했어요. 그 친구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도 버텀라인에서 했었지요. 졸업 후 지금까지 자신들의 음악을 해오는 이들도 있어요. 가끔 연락하고 찾아오면 그때 그 시절 이야기도 나누고 뿌듯하고 행복해요.”
두 달 남짓 남은 올해, 버텀라인에서는 풍성한 공연들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오후 8시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주디스 니즈랜드가, 11일 오후 7시 반에는 아르헨티나 전통 민속음악과 클래식음악을 조합한 창의적인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는 라우타로 티세라 파발로로가 공연을 펼친다.
“서울만 해도 일주일 내내 공연하는 곳이 많거든요. 인천도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코로나 전에는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 공연하곤 했는데 아직도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많은 분에게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요.”
“재즈에 대한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결코 어려운 음악이 아니거든요. 편하게 오셔서 즐겨주시고 재즈도 버텀라인도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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