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트레킹-5구름 한점 없는 쪽빛 하늘에 병풍처럼 둘러진 눈부신 雪峰. 이따금 천둥소리를 내며 빙하 끝의 얼음덩어리가 무너져 내릴 때마다 세계에서 모여든 트레커들이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오늘은 MBC를 떠나 ABC(4,130m)로 올라가는 날이다.

 어젯밤 그렇게 세차게 퍼붓던 비는 그치고 오늘 아침은 구름 한점없는 좋은 날씨다. 아침 6시의 기온은 실내 7℃, 실외

5℃이다. 전 대원이 식욕도 왕성하므로 고소순응도 잘 한 것

같다.

 맑은 하늘의 10시 방향에는 안나푸르나Ⅰ봉(8,091m)이 흰 눈을 덮고 솟아있고 1시 방향에는 강가푸르나(7,455m)의 흰 봉우리가 보이며 4시방향에는 세모꼴의 마차푸차레(6,993m)가 우뚝

솟아 있다.

 마차푸차레는 생선꼬리라는 뜻으로 네팔의 성산(聖山)이다.

 1957년 영국등반대는 몰래 마차푸차레에 올랐으나 네팔

사람들의 신앙심을 고려하여 정상 바로 밑 50m에서 되돌아 내려왔다. 지금도 네팔정부는 마차푸차레의 등반허가는 하지 않는다.

 오전 9시 MBC를 출발하여 빙하와 산악사면에 발달한 회랑의 움푹 파인 곳을 올라 가는데 15분정도 걸으니 앞쪽에 안나푸르나 남봉(7,219m)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넓고 요란하게 흐르던 모디 콜라강도 강폭이 2∼3m의 개울로 변해버렸다. 주위에는

나무는 없고 40㎝ 이하의 고산식물들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아브레이션

배리를 오르면서 낮은 언덕을 세 개 넘으니 저

멀리 높은 곳에 ABC의 롯지가 보인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많은

트레커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12시25분

드디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ㆍABC)에 도착하였다. 지난 며칠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같이 오르던 서양젊은이들이

박수로 맞이하여 준다. 그들의 바로 뒤에 Snow Land Lodge의 간판이 있었는데 한글로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고

삐딱 삐딱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어떻게 하여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한글이 쓰여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반가웠다.

 방을 배정받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2시5분에 ABC를 떠나

남 안나푸르나 빙하옆을 거슬러 올라갔다. 정면에는 세 개의 혹을 가진 안나푸르나Ⅰ봉(8,091m), 그 왼쪽에 바라하 시카르(7,647m), 안나푸르나 남봉(7,219m) 히운추리(6,441m)가 빙설(氷雪)의

큰 병풍과 같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에는 히말라야 주름을 지닌 캉샤르ㆍ캉(7,485m), 타르케ㆍ캉(7,193m)이 흰눈의 봉우리를 보여주며 오른 쪽의 싱구추리(6,501m)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오른쪽에는 텐트 피크(5,663m)의 설능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뒤쪽에는 마차푸차레

(6,993m)의 삼각형 암봉(岩峰)과 안나푸르나 Ⅲ봉(7,555m)의

설봉(雪峰)들이 높이 솟아 오르고 있다. 이 안나푸르나 내원

(內院ㆍSanctuary)에서는 아무것도 막히지 않은 360°의

다이내믹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들은 빙하 옆을 거슬러 올라가 고도 4,320m 부근에서

주위의 산들과 거대한 남 안나푸르나 빙하의 장관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었다. 작은 빙하가 좌우에서 흘러내려

남 안나푸르나 빙하에 합류하고 있었는데 가끔 빙하의 끝의

얼음덩어리가 천둥과 같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내린다. 그때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많은 트레커들이 일제히 환성을 지른다. 오후 4시40분에 ABC롯지로 돌아왔다. 대원 전원

무사히 등정에 성공하여 무엇보다 기뻤다.

 이곳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정식 명칭은 남 안나푸르나

빙하 베이스캠프이다. 오늘은 ABC를 떠나 MBC와 히말라야 호텔을 경유하여 도방(2,606m)까지 하산하는 날이다. 아침 6시의 기온은 실내 4℃,

실외 2℃이다. 그러나 땅바닥과 개울물은 얼어 있다. 아침식사는 밖에서 마차푸차레를 쳐다 보면서 먹고 있었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덜덜 떨면서 얼른 먹고 일어서니 방석이 바람에 날려 저

아래로 날아가 버렸다.

 오전 7시40분 ABC를 떠나 마차푸차레를 쳐다 보면서 MBC를 향하여 내려가다가 되돌아보니 안나푸르나 남봉이 그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전 10시에 MBC를 지나 오전10시 52분에

얼음 아치(3,360m)에 도착하였다.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서양젊은이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말린다. 나는

아치구조이니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얼음동굴의 내벽은 여러 가지 파도모양의 조각품같이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12시30분쯤 10시방향에서 시커먼 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아침에는 좋은 날씨였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히말라야의 날씨는 정말 알 수 없다. 12시50분 데오랄리 롯지(13℃)를

지날 무렵부터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하였으나 오후 2시50분

히말라야 호텔(16℃)를 지날 무렵에는 비는 오락가락 하였다.

 히말라야 호텔부터 지난 10월17일 야간 트레킹을 하며 힘들게 올라왔던 곳을 오늘은 낮에 내려가게 되었다.

 『아름다운 곳이나 위험하다』는 표시판이 있는 곳까지

내려갔으나 별로 위험한 곳은 없었다. 왼쪽 산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였으며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안나푸르나 지역의 단풍은 에베레스트가도의 단풍보다 약 3주정도 늦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오후 5시에 도방(2,605m)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9시간 20분 걸었다. 우리들은 겨우 방을 얻었으나 우리와 자주 만났던

캐나다에서 온 미스 부체르는 식당의 한 구석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