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주는 곳 찾는 사설 구급차
법, 정당 사유 있어야 거부 가능
문제는 기준 없어 제재 어려워
'구급차 셧다운(공급 중단)'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의 역할을 보완하는 민간 환자이송업을 키워왔지만, 정작 관련 제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업계가 당장 내일 이송을 중단해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한 불안함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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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94년 민간 이송업이 가능하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을 시행했다. 소방의 119구급차가 부족한 부분을 민간 개방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소방은 1982년 3월 서울에서 119구급차 9대를 갖춘 구급대를 발족하면서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법 시행 이전까지는 소방과 민간의 명확한 업무 구분이 없었다.
현행법상 119구급차는 위급상황을 겪는 응급환자가 이용 대상이다. 사설 구급차는 주로 의료시설 간 이동, 입·퇴원 환자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게 돼 있다. 단, 사설 구급차 역시 병원 사정이나 환자 요청을 고려해 중증환자는 물론 정신질환 등 고위험 환자도 이송한다.
공공에 대한 수요는 민간에서 꽤 큰 규모로 분산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 발간한 '2021 응급의료통계연보'를 보면, 경기지역에서 지난 2021년 한 해 사설 구급차가 환자를 이송한 사례는 3만1009건에 달했다. 일일 평균을 단순 계산할 시 하루에 85건이다.
정부가 3년여 전 의원급과 요양병원을 제외한 병원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 위탁계약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앞으로 분산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법 개정 이전에는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구급차 1대 이상을 운영해야 했기에 사설 구급차 필요성이 적었다.
응급의료법은 환자 이송업체가 응급의료를 요청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기피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거부·행위로 볼 수 있는지 기준은 없다. 만약 사설 구급차가 병원에 출동하지 않아도 수익 부족, 인력 부족 등의 명분만 내밀면 제재 근거가 없다. 업계가 공동으로 파업에 나설 시 공공과 분담했던 환자 이송 시스템이 마비되지만,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는 1개도 구성되지 않았다.
병원과 업체 사이 이뤄지는 구급차 배차가 일종의 '민간거래'로 여겨져 자유경제를 보장한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복지부와 경기도가 2021~2022년 성남지역에서 벌어진 구급차 배차 거부 등의 상황을 조치 없이 넘긴 것도 이런 판단이 있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설 구급차는 어디까지나 사업자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비용을 더 주는 병원만 찾겠다고 하는 걸 정부가 제재할 수 있을지 법리적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며 “도덕적으론 뭔가 이상한 데,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행위 방해를 금지하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다음달 9일부터 시행되지만, 이 역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법은 응급환자 이송을 방해한 사실을 의료기관장이 알게 되면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담았다.
하지만 내용 그대로 신고제만 있고 불법과 편법, 부정행위 등을 상시 감시하고 단속할 방안은 없다. 업체가 부족한 특성상 환자 이송의 차질을 우려해 의료기관이 신고 자체를 꺼릴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에서 수원, 여주, 이천, 부천, 동두천, 파주 등 6곳은 사설 구급차 업체가 고작 1개만 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이 전부 커버하지 못하니깐 민간 이송업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한 체계가 너무 느슨하다”며 “이송처치료 현실화 등 적정수준의 맞게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든 지자체가 철저히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김현우·이경훈·최인규·정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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