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킬러문항'으로 촉발된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놨다. 미국에서는 60여 년간 유지돼 온 흑인과 히스패닉계 '소수인종 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의 판결을 뒤집었다. 인천에서는 '학생성공버스'가 달린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교육 분야의 변화이다. 모두 교육 불평등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얻어 성공하는 사람은 있다. 다만, 어려운 가정환경과 조건을 극복한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가 뒤따르게 된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교육을 계층·신분·지위 이동의 사다리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이 나올 평지돌출(平地突出)의 시대를 주장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미 조국 전 장관과 최서원(최순실)의 자녀 대입특혜 사건은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로 복원될 수 없는 좌절감을 안겨줬다. 부모의 부와 권력에 따라 교육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영역임을 확인한 셈이다. 금수저, 흙수저 등 수저계급론의 파급력도 확산됐다. 부모의 직업과 사회경제적 지위로 축적된 자산이 사교육을 통해 자녀세대로 대물림되는 교육양극화를 순화할 교육평등 정책이 강조되는 이유다.
킬러문항, 소수인종우대정책 등 교육 변화
'금수저'는 복권당첨과 같은 우연이다. 그래서 태어날 때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계층에 교육이 기회와 과정, 결과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조건을 조성하려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 왔다. 미국 정부가 취학 전 아동을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영국이 교육우선지역 사업을 전개하고, 우리는 농어촌특별전형·지역균형선발제 등과 같은 교육 기회의 평등 정책을 펼쳐온 것도 그러한 이유다.
최근 미국의 소수인종 우대 입시제도가 오히려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위헌 결정됐다. 미국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란 단체는 2014년 사립 하버드대와 공립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입시에서 아시아계와 백인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대입 제도에 제동을 건 것이다.
미국 정치사회는 교육 불평등의 관점에서 찬반으로 나뉜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무력화시킬 각종 교육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임명한 3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의 영향을 받은 이번 판결을 반기는 입장이다. 다인종 미국사회의 교육 정책이 이념적 충돌로 나타나고, 내년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됐다.
인천 학생성공버스, 교육의 보장적 평등 상징
우리나라는 1974년 교육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서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했다. 고교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과도한 입시경쟁과 파행적 사교육이 판을 치고, 지역 내에서도 1류, 3류라는 교육격차가 심화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하향평준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제약, 자율성 침해 등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고교평준화에서도 사교육은 반감되지 않았다. 현재도 빗나가는 대입 제도가 낳은 수시 사교육 시장의 비대는 비정상 교육 환경을 대변하는 사례이다. 대입에 종속되지 않는 영국 GCE, 프랑스 바깔로레아, 독일 아비투어 등 사교육 없는 구미 선진국의 공교육 체제와 대입제도가 궁금할 뿐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토대를 능가할 교육체제는 불가능한 것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다. 막대한 저출산·고령화 정책 예산을 좀 더 교육에 투입해 사교육 부담을 덜었으면 한다. 사교육 풍토에서 무료 전환된 EBS 중학강좌가 교육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학군별 컴퓨터 추첨의 결과, 원거리 통학을 감수해야 하는 일부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한 인천 학생성공버스가 교육의 보장적 평등을 실현하는 상징적 계기가 되길 또 바란다.
/김형수 주필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