⑶ 진화하는 장묘방법

국내외 곳곳 화장 대안 장례법 동원
미생물 사용 등 CO2 발생 절감 노력
굴뚝 유해물질 차단·지하 장묘까지
▲ 경북 포한시가 2020년 시범 사업으로 도입한 탄소저감 '지하 조립식 복합 윤장묘' 장묘시설.
▲ 경북 포한시가 2020년 시범 사업으로 도입한 탄소저감 '지하 조립식 복합 윤장묘' 장묘시설.

세계 여러 나라는 탄소 제로로 가는 장례문화에 도전하고 있다. 되도록 화장(火葬)을 줄이려고 애를 쓴다. 동원되는 기법도 기상천외하다.

미국 워싱턴 주(州)는 2019년 주검을 30~45일 만에 흙으로 돌려보내는 장사 방법(일명 '퇴비장')을 입법화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화장으로 이산화탄소 2억7200만㎏이 발생한다.

퇴비장은 주검을 나뭇조각, 짚 등 천연 물질과 미생물 등이 담긴 상자(관)에 넣고, 버섯 포자로 처리된 수의를 입혀 자연 탈골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장례 평균 비용은 5000~7000달러로 기존 7800달러보다 저렴하다. 거름이 된 유해는 유족이 돌려받거나 공공 토지에 기부된다.

스페인은 속성분해 박테리아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시신 매장 때 박테리아가 든 제품을 사용해 1년 안에 탈골 시킨다. 이 제품에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물질이 들어있어 부패 중인 시신에서 나오는 액체를 빨아들여 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영국 브리지 시는 새 장례법 '빙장(氷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내에서 매장 장소를 찾기 어려워서였다.

시신을 액화 질소탱크(-196°)에 넣어 급속냉동시킨 뒤 기계로 진동을 가하는 방법이다. 딱딱하게 굳은 관을 포함해 주검은 60초 이내에 ㎜ 크기의 조각이 된다. 화장보다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파쇄 처리된 유골은 단지에 보존하거나 퇴비 등에 이용된다.

이탈리아나 포르투갈은 화장터 굴뚝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화장시설 재연소실에서 가스를 정화한 뒤 배출하도록 소각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프랑스는 센 강에 화장 후 유가족들이 유골단지를 가지고 나가는 것을 금지했다. 강알칼리성인 유골로 센강의 오염의 심각한 탓이었다. 스페인도 몇몇 도시에서 강과 바다에 산골(散骨)을 막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2020년 500기를 대상으로 새로운 장묘방식인 '지하 조립식 복합·윤장묘'를 시범 도입했다. 1기당 5.5~8.2㎡ 남짓한 땅속에 매장(1위))과 봉안 (최대 12위)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차지하는 면적도 적고, 지하 공간에 안치 유골이나 시신 수가 많아 비용이 기존의 절반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지하 조립식 복합·윤장묘는 지하 1m 이하의 토층에 공기유통공간을 둬 흙 속의 미생물로 자연 풍화작용을 촉진해 하는 방식이다. 6개월이면 탈골된 유골을 봉안하고, 빈 매장시설을 다시 이용하는 순환식 장묘시설이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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