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부 유럽에서 발생한 기록적 폭우가 장기적 기후변화의 전조인지, 일시적 기상이변인지를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이번 폭우가 2년 전 기상이변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후패턴의 전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학자들은 일회성 기상이변일 뿐 장기적인 새 기후패턴의 전조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단 한 차례의 엄청난 폭우를 배수 체계가 감당하지 못해 일어나는 갑작 스러운 국지성 홍수와는 달리 이번 주 유럽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대규모의 하천 범람은 최고 1주일간 꾸준한 비가 계속되면서 일어난다.
여름철에 비를 머금은 저기압이 유럽을 가로질러 폭풍과 폭우를 가져오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올해는 저기압의 통과경로가 상궤를 벗어났다는 점이 특이하다.
기상현상이 진행되는 방향이나 속도 등을 결정짓는 한 가지 요인으로 제트기류의 위치를 꼽는데 올 여름 제트기류의 위치가 평상시와 달라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상 유럽 상공의 제트기류는 북대서양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이동경로가 고공이라 기온이 낮아 수분을 별로 흡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제트기류의 고도가 낮아 평상시보다 엄청나게 많은 물을 머금고 있다가 독일과 러시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지나면서 폭우를 퍼부은 것이다.
더구나 제트기류의 앞부분은 느리게 움직이는 속성을 갖고 있어 폭우 피해가 집중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같은 기상이변에 대해 사람들이 통상 보이는 반응은 ‘기후변화’에 원인을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기상이변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의 기상학자 팀 오즈번 박사는 “이런 현상이 겨울철에 일어났다면 지구온난화 현상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지구온난화를 적용한 기후변화 모델에 따르면 여름철 강우량은 보통 때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즈번 박사는 이처럼 특정한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번 폭우는 “장기적인 기후 변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대기의 변덕스러운 성질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어떤 현상이 500년에 한 번 생긴다 해도 단한 번에 그친다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같은 현상이 앞으로 10년동안 여러 번 반복된다면 지구온난화가 여름 날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존의 예상방식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의 제프 젠킨스 박사도 이번 기상이변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지구 자체가 변화무쌍한 존재이므로 모든 변화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 돌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유럽 홍수는 오는 26일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구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의 환경보호운동가와 정치인들이 교토협약에서 탈퇴한 미국을 성토하는데 더 없는 호재가 되고 있다.
독일의 오토 쉴리 내무장관과 위르겐 트리틴 환경장관은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알프스 수계 보존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위스 그레이나 재단의 갈뤼 카도노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를부추기는 미국산 상품에 징벌성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