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에 꽂혀 있는 시든 장미꽃
연탄재에 꽂혀 있는 시든 장미꽃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했으면 한 번 얼굴이라도 보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딸아이가 아빠 취향에 맞는 김치찌개집이 덕수궁 근처에 있다고 해서 거기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인천 송도에서 서울 시청역까지 갔습니다. 테크노파크역에서 인천 지하철을 탔고, 부평역에서 서울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탔습니다. 모두 운 좋게 앉아서 갔습니다. 운이 아니라 코로나19  오미크론 덕분이었겠지요. 지하철에 승객들이 다른 때보다 없었으니까요.

 서울 정동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서울시립미술관 입구 근처 덕수궁 돌담길 아래에 시든 장미꽃이 연탄재에 꽂혀 있었습니다. 눈에 띄어 가까이 가서 보았습니다. 연탄꽃옆에는 뜯어낸 골판지 상자 조각에 뜨거울 때 꽃이 핀다-Yeol’이라는 기린 목 같은 손글씨가 씌어져 있네요.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연상되었습니다. 그냥 가기 섭섭해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연탄꽃이 쓰레기 같지만은 않아 보여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블로그, 카페글, 뉴스 등 여기저기에 연탄꽃에 대한 글이 실려 있네요. 설치미술가 이호열(35)의 작품이랍니다(스냅타임장휘의 글 참조). 이 설치미술 작품은 2013년 이후 서울 여기저기에 놓이고 있답니다. 사람들이 연탄재에 꽃을 가득 꽂아 놓아 화환처럼 변한 적도 있고, 비가 오면 연탄꽃에 우산을 씌워놓기도 했다네요. 손글씨 골판지가 없어졌을 땐 시들어도 예쁘잖아.’ 라고 쓴 종이 상자가 새로 놓여 있기도 했고요.

 요즘 사는 게 힘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들 하는데, 저 연탄재를 쓰레기로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봅니다. 연탄재와 시든 장미꽃 한 송이가 겨울 추위에 움츠리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했었습니다.

/ 김원경 시민기자 twokal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