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나무 가지에 솜털이 날, 겨울은 아니지만 설입니다.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으로 누군가를 기리고,
새삼스런 외로운 침묵이 서너 차례 자신을 숙여 낮추면,
슬며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다가오고,
이 생(生)에 오직 기대일 마지막 언덕일 거라고 여기며,
바람이 떠나기 전, 어서 빌어야 할 잘못을 앞 세워 바랍니다.
드려본 건 화랑 담배 한 갑뿐이었습니다.
밥 한 술 떠 넣은, 아직도 못난 냉수를 열없이 올립니다.
산다는 게 이 쓸쓸한 사발처럼 차가운 거라면 조금씩 풀어주겠습니다.
메마름 한 방울 떨군, 못생긴 차를 열적게 올립니다.
산다는 게 이 앙상한 찻잔같아도 따끈한 거라면 조금씩 감싸쥐겠습니다.
날은 나무 가지에 솜털이 날, 봄은 아니지만 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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