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광주를 찾았다. 지난해 5∙18 행사 참석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호남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31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29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사업 결성식’에 참석했다.

도∙광주∙부산시 등 3개 광역정부가 손을 맞잡은 사업을 위해 도를 대표해서 참석한 것이다.

이날 이 지사의 광주 방문은 여권 유력 대권주자가 호남지역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호남지역 같은 경우 이 지사와 이 대표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것도 주요했다.

실제 결성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 지사는 호남지역 대선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서 맡겨진 일에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한 격려와 기대가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며 “(지지율은) 국민들이 일을 맡겨놓은 대리인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일꾼의 역할은 주인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영남의 정치적 지향과 호남의 정치적 의사 결정은 수도권에도 영향을 준다”며 “그동안 광주 또는 호남은 정치적인 결정권을 가져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호남 표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여권 내 경쟁자인 이 대표를 제치고 단독 질주를 하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당초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이 지사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론 호남에서도 이 대표를 앞서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공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지사의 호남지역 선호도는 27%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 대비 6%p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11%p가 급감한 이 대표(26%)를 처음으로 앞선 결과다.

심지어 이달 15일 공개된 조사 결과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달 이 지사의 호남지역 선호도는 28%로, 21%에 그친 이 대표를 크게 앞섰다. 전체 선호도 역시 이 지사는 23%, 이 대표는 10%를 기록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그동안 대권 가도 선두를 달려왔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8월 조사만 하더라도 호남지역에서 이 대표 선호도는 무려 45%였다. 이는 17%에 그친 이 지사와 비교했을 때 28%p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법 족쇄에서 벗어난 이 지사가 적재적소에 속 시원한 정책을 선보이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실제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논란일 때 등장한 ‘경기도 기본주택’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5인 이상 집합금지’, ‘3∼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주장과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 등 이 지사의 결단력은 곧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이 대표는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이 되레 자충수가 됐다는 평이다. 그가 사면론으로 악화한 호남 민심을 달래고자 이달 초 광주를 찾았지만, 이미 호남 민심은 떠나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광주에서는 민형배(민주당∙광산을) 국회의원이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고 관련 조직이 생겨나는 등 지지세가 결집하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 지사의 이번 광주 방문은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지지율 1위에 대한 부담감 또는 구설수 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비공개 일정 등 비교적 조용한 방문을 준비한 것 같다. 코로나19가 문제인 상황에서 괜히 판을 키워 논란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지율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