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7일, 여주시 가남면의 한 양계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작업자들이 살처분을 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박스를 들고 농장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 12월7일, 여주시 가남면의 한 양계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작업자들이 살처분을 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박스를 들고 농장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코로나19 확산세도 모자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경기도를 덮치면서 '바이러스 삼중고'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돼지고기과 닭고기 유통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경제 마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86명이다. 이는 지난 2월 기록한 909명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이 중 도내 확진자도 219명이나 나오면서 도 역시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현재 도는 코로나19뿐 아니라 ASF와 AI에도 포위된 상태다

도는 지난 5일 포천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 8일에도 멧돼지 1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5일 발견된 멧돼지의 발생지점은 연천군과 동두천시의 경계 지역으로 최남단 광역울타리로부터 남쪽으로 4.3㎞ 떨어져 있다”며 “8일 ASF 판정을 받은 멧돼지는 영북면 소회산리 광역울타리 내에서 발견됐다. 포천시는 물론 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바이러스 검출은 방역에 구멍이 생겼다는 문제도 있지만, 광역울타리 밖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더는 ASF에 감염된 멧돼지의 추가 남하를 막을 울타리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ASF는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돼지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한 번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탓에 도가 뚫린다면 충청도로까지 이어져 사실상 전국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AI 역시 도를 강타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여주에 있는 달걀 생산 농가에서 AI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정밀 검사 결과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해당 농가는 닭 19만3000마리 등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지난 8일 인근 메추리 농가에서도 메추리 수 백 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고, 확인 결과 AI 항원이 검출됐다.

도가 여주 내 AI 확산 방지를 위해 축산 차량 통제 등에 나섰지만 끝내 막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농가 역시 메추리 11만 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도는 갑작스러운 ASF와 AI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시간 이어지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로 인해 도내 공무원들도 상당한 피로가 쌓인 상태다.

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병상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SF 역시 그동안 철저한 방역으로 잘 막아왔으나 조금씩 구멍이 생기는 것 같아 더욱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해야 할 것 같다”며 “여주에서 AI가 계속 발견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막는다는 마음으로 방역 활동 중이다. 도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광덕·홍성용·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