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2018년 전체 역외 소비비율 50.9%
대부분 쇼핑몰·대형 소매점 등서 사용
서울·경기지역은 자체지역 소비활동 즐겨
"역외소비율 낮추기보다 유입방안 모색"
인천은 서울·경기지역과 함께 수도권 경제권으로 묶여 있다. 일자리부터 생활 전반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구조다. 세 지역을 오가는 시민들 발걸음이 분주할 수밖에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문제는 비대칭이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한발 더 나아가 경기도 내 굵직한 도시들까지 인천시민 소비를 일방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서울, 경기지역 인구들은 인천 소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홀리데이 인 서울 (Holiday In Seoul)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인천시민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신용카드 중심의 인천 역외소비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민 카드 사용액은 2014년 24조1000억원에서 2018년 3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업종을 포함한 역외소비율은 2018년 50.9%로 2014년 50.3%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기준 역외소비액 비중이 가장 높은 5개 업종은 전자상거래, 각종요금, 한식, 주유, 할인점 슈퍼마켓 순으로 전체 역외소비액의 절반 이상인 59.2%(10조1298억원)를 차지한다
주목할만한 통계는 인천시민이 휴일에 서울에서 돈을 쓰는 이른바 '쇼핑형 관광소비' 규모다.
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며 전자상거래가 역외소비율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는 공휴일 서울에서 역외소비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공휴일 인천시민의 카드 사용액 역외소비율은 44.5%로 이 중 24.1%가 서울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역외소비율에서 서울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0.77%에서 2016년 22.62%로 지속적으로 커진다.
휴일에 인천 주소지 등록 카드로 인천 밖에서 쇼핑몰과 대량양판점, 쇼핑센터 등을 포함하는 '기타유통 업종'에서 카드를 사용한 역외소비율은 2014년 79.2%로 나타났는데 이 중 서울에서 긁은 비율이 57.5%, 2018년에는 전체 96.1% 중 76.6%를 차지했다.
백화점 업종의 휴일 역외소비율은 2014년 46.4%에서 2018년 40.8%로 줄어들었으나, 서울지역 백화점에서 구매한 비율은 같은 기간 21.8%에서 22.9%로 늘었다. 휴일 서울에서 가전가구를 구매하는 규모도 2014년 680억원에서 2018년 1646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서울·경기를 향한 인천의 외사랑
김지민(가명·28세)씨는 인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가족과 함께 20대 초반 경기도 김포시로 집을 옮겼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종종 인천을 찾기는 하지만, 쇼핑과 여가생활 반경은 경기도와 서울에 머문다.
지민씨는 "지인을 만나면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카페도 간다. 밥만 먹기 위해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냐"며 "그래서 일산 킨텍스나 서울 홍대 등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몰려있는 곳에서 약속을 잡거나 개인적인 소비활동을 하게 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울과 경기도를 오간다"고 말했다.
인천시민들의 서울사랑과 달리,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다수는 자기 지역에서 자체적인 소비 활동을 즐겨한다.
수도권교통본부가 발간한 '2018년도 수도권 여객 기·종점통행량(O/D) 현행화 공동사업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인천에서 서울로 쇼핑을 하기 위해 통행한 1일 평균 건수는 2017년 6004건이다. 반면 쇼핑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한 경우는 1855건에 그쳤다. 인천시민이 서울로 외식하러 간 건수는 같은 기간 1493건, 서울시민이 인천으로 유입된 경우는 317건에 불과해 약 4.7배에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와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천시민이 쇼핑을 목적으로 경기도를 찾은 경우는 1만4043건, 경기도민이 인천을 방문한 건수는 3분의 1 수준인 3930건으로 집계됐다. 외식은 인천→경기 6789건, 경기→인천 1757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역외소비 유입을 위한 소비거점 구축 필요
기나긴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인천의 외사랑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천에 대한 서울과 경기도의 무관심이다. 이미 자기 지역 내 지역민들을 품을 수 있는 소비거점이 있고, 역량이 높은 지역에서 시민들은 굳이 타지역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전국에서 서울의 역외소비율이 최저인 것 또한 서울 자체적인 소비재 경쟁력이 전국 그 어떠한 지역보다 높기 때문이다.
서울과 함께 전국에서 역외소비율이 낮은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 24.5%, 경북 26.7%, 전북 29.1%의 특징을 살펴보면 역외소비를 유인할만한 인접 지역이 없고 자체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는 역외소비율을 낮추는 일에 목매기보다 역외소비 유입을 강화해 생산과 소비를 선순환할 수 있는 방안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조승헌 박사는 "수도권 경제권역의 거점 구도에서 인천의 거점역량은 서울과 경기지역보다 낮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역외소비율이 높다"라며 "이런 구도가 지속되는 한 인천의 역외소비율 개선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과 경기의 거점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인천의 거점기능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가형 서비스업 중심의 지역 선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를 활용, 경기 북부-인천 연안-경기 서해안권을 연결하는 해양소비거점 구축 등이 가능하다"며 "역외소비율 개선을 위해 인천시에서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적합한 역할이자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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