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마저 고행길 … 난 인천에 산다

인천 사는 사람들에게 서울은 참 익숙한 곳이다. 매일 왕복 3시간짜리 출퇴근 길에 오르는 직장인들도 있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저녁 약속, 결혼식 등 여러 가지 일로 좋든 싫든 서울을 찾는다. 인천과 서울 간 넘나듦은 전통적으로 인천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경제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서울', '경기' 쌍두마차와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인천은 어떤 존재가치일까. 수도권 테두리 안에서 인천시민들은 취업 기회와 주거 기회 불균형 때문에 앞으로 언제까지 피곤한 사람들일까. 인천일보는 모두 5편에 걸쳐 인천시민의 고단한 삶을 진단한다.

▲ 6일 저녁 퇴근길 차량들이 경인고속도로 인천톨게이트 서울방향으로 차량들이 통과하고 있다.경기도 교통정보센터를 통해 지난 12월23일부터 27일까지 평일 일주일 동안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경인고속도로 부천IC-신월IC 구간 교통량을 분석했다. 신월IC-부천IC 인천 하행선은 모두 5만6095건, 부천IC-신월IC 서울 상행선은 4만6952건이다. 연말 늦은 저녁, 서울에서 인천·부천으로 진입한 인구가 반대로 서울로 향한 인구보다 19.5%(9143건) 가까이 많은것으로 나타 났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서울지역 10년 차 직장인 명진씨
출·퇴근 운전만 3시간 넘게 할애
지하철 환승역에선 양극화 뚜렷






'다들, 이 시간에 집 가서 누우면 6시간은 자려나….'

지난 12월 중순 어느 날, 밤 11시를 넘긴 시각. 경인고속도로 인천 방향 시작점인 목동교가 자동차 브레이크 등으로 붉게 수 놓였다.

회사원 이명진(36·가명)씨는 이날 연말 회식 후,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에 앉아 자정 녘 경인고속도로 교통체증을 마주했다.

자신과 같은 신세의 얼굴들이 브레이크 등 위로 하나하나 떠 오르는 듯 싶었다.

명진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어도 초·중·고등학교 모두 인천에서 나왔다.

대학 전공을 살려 취직하려고 하니, 인천에서 직장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체육 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 있는 한 스포츠 의류 업체 영업직으로 취직했다. 이후 지난 10년 가까이 출퇴근으로만 매일 3시간 넘게 할애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서울로 이사 가 직장 주변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서울 집값은 회사원 월급으로 어떻게 할 수 없겠더라. 요즘 부인이랑 '경기 부천 집값이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신혼집을 송내나 역곡 근처로 잡을걸'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 연말, 얼마나 많은 인천시민이 명진씨와 같은 상념에 빠졌을까.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지난 1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두 달 동안 카카오T 대리 '인천↔서울' 이동 현황을 요청했다.

전체 인천과 서울 간 이동에서 '서울 출발 인천 도착' 이용자가 72.3%, 반대로 '인천 출발 서울 도착' 이용자는 27.7%에 그쳤다.

머나먼 출퇴근길에 아침잠과 저녁 여유를 뺏기는 회사원 애환은 서울이나 경기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인천 경우 '서울 바라기'가 일방적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서울시 직장인의 출퇴근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보면, 출근 시간대(오전 6~9시) 인천 주요 환승역들이 서울 유출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관련기사 7면

우선 서울지하철 1호선 부평역에선 지난 2018년 출근 시간 전체 승·하차 인원 400만명 남짓 중 300만명 가까이가 승차 인원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출근 시간대 승차 비중이 높을수록 '베드타운'으로 볼 수 있는데 부평역은 서울 1호선 중에서도 승차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과 서울 강남지역 접근성을 향상시킨 7호선에서 인천지역 역들은 출근 시간대 승차 인원 빈부현상이 부평역보다 심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들 역들은 종점 인근이기 때문에 승차 인원 대부분 서울권 출근 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18년 기준으로 부평구청역은 오전 6~9시 사이 승·하차 220만여명에서 승차 인원만 180만여명이다.

부평구청역과 더해 삼산체육관역, 굴포천역은 출근 시간대 승차 비중이 80%를 넘는 전국 몇 안 되는 역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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