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싶어도...마땅한 곳이 없다

 


디자인 전공 직장인 지언씨
10년간 서울·경기서만 근무

수도권 대학 졸업자 첫 직장
인천 출발확률은 '가뭄에 콩




'분당구 판교동 아침 6시. 마포구 상수동 6시50분. 강남구 신사동 6시30분'

사회인 경력 10년 차쯤 된 김지언(35)씨가 지금까지 몸담았던 직장 위치와 아침 기상 시간이다.

출근 시간에 머리 감는 건 언감생심 생각도 않는다. 30분 만에 정비를 마치고 나와도 저 시간엔 일어나야 한다.

지언씨가 사는 곳은 인천 계양구. 초·중·고교와 대학교까지 인천에서 나온 인천 토박이다.

요즘은 서울 강남 한 디자인 관련 업체에 팀장으로 일하며 출·퇴근에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20대 중반에 인천 모 대학 미술 계열 학과를 졸업할 때, 담당 교수님과 취업 상담을 하며 받은 회사 목록엔 죄다 서울 아니면 경기 판교, 파주 업체들이었다. 업계 특성상 처음 입사해선 매일 야근이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사라진 삼화고속 버스만 생각난다. 아침·저녁 버스 도착시간에 목매고, 타서는 앉을 자리에 목맸다"며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출·퇴근 현장이 서울 7호선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인천에 마땅한 업체가 있었다면 진작에 옮겼다"고 했다.

지언씨처럼 인천에서 대학을 나와 첫 직장을 서울이나 경기에서 잡는 일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주 흔한 사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2018년 5월호에 실린 '2010년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를 보면, 해당 연도 인천에 소재한 대학 졸업생에서 443명을 표본 추출했더니, 이 중 37.5%(166명)는 첫 직장이 서울에 있었다.

경기 소재 첫 직장 비율은 24.8%로 인천 내 취업 '28.9%'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관련기사 7면

당시 표본 추출된 서울지역 대학 졸업생 2886명을 놓고 보면 서울로 취직한 비율은 71.6%, 인천은 3.2%에 그쳤다.

경기권에서도 대학 졸업생 2444명에서 40.7%는 본인 대학 주변 경기 소재 기업으로 취업했고, 5.7% 정도만 인천으로 눈길을 돌렸다.

인천에 첫 직장을 구하는 경우는 지역 대학 내에서도 드문 데다, 서울이나 경기 대학에선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다.

타지역에선 대체로 대학 소재지에서 첫 직장을 구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문제는 현재 인천 대학 관계자들 얘길 들어보면 최근까지 이런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하대 오준병 경제학과 교수는 "인천은 서울이나 경기도에 비해서 규모가 작고 거대 지방자치단체 옆에 붙어있기 때문에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광역시보다 노동 유입과 유출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며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노동 정책을 펴면 미스매칭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정책 효과 또한 높지 않을 수 있다. 산업구조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지역 고학력자 자체 소비에 더해 타지역 유입까지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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