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농가 '링링 악몽' 가시기도 전에 지역 양돈장 모든 돼지 살처분 피해
▲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으로 강화도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기로 결정된 가운데 30일 인천 강화군 강화대교 인근에서 군 관계자들이 소독지원 차량 점검을 벌이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태풍만 넘기면 될 줄 알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30일 오전 11시 인천 강화군 하점면. 가는 길목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지농가 앞에는 '출입 금지'라고 쓰인 빨간 팻말이 설치됐다. 마을에는 '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축산시설과 가축 사육시설 출입을 삼가달라'는 현수막이 휘날렸다.

이날 오전 돼지 2100마리를 살처분 한 심모(56)씨는 "태풍 '링링'으로 돼지 농가 지붕이 날아가고, 이번에는 돼지열병으로 돼지가 죽어버렸다"며 "올해는 태풍만 견디면 수익이 잘 나올 것 같았는데 돼지열병에 걸려 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공무원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기사 19면

지난 8일 태풍 링링에다 최근 돼지열병까지 연달아 악재가 겹치면서 강화군 지역 전체가 시름에 잠겼다.

강화군 농민들이 벼 수확을 포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축산업계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강화군 논을 살펴보니 황금빛 색의 벼들은 태풍 피해로 대부분 쓰러져 버렸다. 제대로 서있는 벼보다 반쯤 꺾인 벼를 찾기가 더 쉬울 정도였다.

태풍이 휩쓸고 갔다는 것을 알려주듯 과수 농가들의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뜯겨진 채 앙상한 철골들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달 초 태풍 링링으로 강화군 농민들은 논밭이 쑥대밭이 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강화군 재산 피해는 무려 7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날 정부는 복구비용으로 67억원을 확정했다.

상처가 회복도 되기 전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돼지열병으로 축산 농가들은 돼지를 모두 땅에 묻어야만 했다.

이날까지 강화군 전체 돼지 3만8000여 마리 중 2만4800마리가 살처분됐다. 강화군 돼지수는 인천 전체 사육돼지 4만3108마리의 88.2%에 해당하는 수치다.

태풍으로 과수농가와 인삼농가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태풍으로 포도알은 다 터져버리고, 수확을 앞둔 인삼들은 손상됐다.

포도 농가를 하는 홍모(65)씨 "포도는 이때가 아니면 안 팔리다 보니 태풍 피해 복구는 미뤄두고, 일단 멀쩡한 포도만 따서 장사를 하러 나왔다"며 "태풍으로 재배한 포도가 다 상해버려서 올해 수익은 작년의 절반도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과 살처분으로 태풍 피해 복구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피해 복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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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돼지 살처분 보상, 올해 안에는 어려울 듯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천 강화군 모든 돼지에 대한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연내 관련 보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시는 강화군 내 전체 돼지 살처분이 마무리되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피해 금액을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이후 보상금을 정해 농림축산식품부 심의 등을 거친다. 심의 후 보상금 지급에만 2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상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시는 돼지 시세가 날마다 달라지는 탓에 살처분 농가들의 전체 재산 피해 책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축산물품질평가원 시세대로 살처분 돼지의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