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 12월 이후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수입 역시 저조해 4월을 제외하고 8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8월 한달만 살펴보면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3.6% 감소한 442억달러, 수입은 4.2% 감소한 425억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17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 68억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반의 반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와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의 악화를 꼽고 있는데,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무역 감소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올해 들어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의 수출이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통적으로 제조 강국인 독일과 일본, 세계 무역 및 물류의 거점인 네덜란드와 홍콩 모두 매달 수출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조 하에 최근 세계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당초 3.4%에서 2.5%로, 세계교역증가율을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와 교역이 위축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세계 교역의 규모가 더 줄어들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경제 및 무역 부문을 주도했던 세계화(globalization)의 기조가 변화의 기로에 섰음을 암시하는 징후들이 포착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시각이 있지만 경제 현상만 놓고 보자면 다음과 같은 사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에게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함으로써 자국으로의 귀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뜻한다.
미국의 경우 법인세율의 대폭 감면 등에 힘입어 캐터필러, 포드, GE, 애플, GM, 보잉 등 초대형 기업들이 귀환했다.

지난 5년간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은 연평균 482개였으며 2017년 한해 동안 이들에 의해 창출된 일자리는 미국 내 제조업 신규 고용의 55%인 8만1886개에 달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유턴기업 지원 대책을 통해 기업의 귀환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등에 진출했던 선진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은 제도적인 지원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기저에 생산비용의 절감과 생산성의 증대가 가능한 요소들이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shale) 에너지의 혜택을 향유하고 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쓸 수 있다는 셰일 에너지 개발로 인해 세계 유가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미국 기업들은 원료, 에너지, 운송비용의 하락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 기술이 생산 현장에 적용되면서 생산성의 극적인 증대가 실현되고 있다. 2016년 독일 아디다스는 23년 만에 생산기지를 동남아에서 본국으로 옮겼는데 3D프린터와 로봇기술을 적용한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10명의 노동자가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고객 맞춤형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관련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세계화의 기조 하에 기업들은 전 세계에 걸쳐 복잡하고 정교한 공급망을 구축해 놓았는데 현지 생산비용의 증가와 세계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그 효용성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뉴욕대학의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가 수입제품의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복합 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역시 글로벌 공급망에 가해진 충격의 하나로 볼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화에 가장 잘 적응하여 가장 많은 혜택을 본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몇 가지 현상만을 놓고 보더라도 세계화의 동력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세계 경제와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다.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지들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