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오르지 않아 다행이기는 한데..."


 경기도내 일부 자영업자들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내용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3% 가까이 올랐지만, 여전히 을과 을 또는 을과 병의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어떤 방향으로 가던지 자영업자들과 시간제 노동자들에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체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2020년 최저임금을 2.87% 인상한 8590원으로 결정했다. 시급 기준으로 올해보다 240원, 월 5만160원 인상된 액수다.


 이번 인상률은 IMF 외환외기 직후인 1998년 2.7%와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역대 세번째로 낮았다.


 예상대로 노동계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은 시대정신을 외면한 것', '실질적 최저임금 삭감 결정', '최저임금 참사'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는 동결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도내 자영업계와 시간제 노동업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많이 오르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공통적으로 반기면서도 이후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수원에서 종업원 10명 정도를 두고 A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8) 사장은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지 않아 한 숨 돌렸다"면서도 "주 52시간 근무 및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종업원 급여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떻게 운영해 나갈 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듯"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안양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55)씨는 "많이 오르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매년 매출이 20%씩 줄어드는데 인건가 내년에 또 오른다고 하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고, 성남의 커피숍 점주 이모(61)씨도 "아르바이트생도 1명 쓰고 있는 마당에 임금이 또 오른다고 하니 막막하긴 하다. 내가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제 노동자들도 인상 폭이 최소화된 데 안도했다. 수원 조원동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C(23)씨는 "이 정도 인상 폭이면 (근로)시간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고, 안양 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25)씨도 "많이 안 올라 시간제 근로자 고용 축소 등의 문제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수원지역 노동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을과 을(병)간의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며 "제품·재료비 원가 상승, 경쟁 심화, 높은 상가 임대료 등 인건비 증가보다 앞선 경영수지 악화 원인을 정부가 잘 살펴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