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선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
▲ 김장선 경기본사 사회2부장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은 지난 6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곳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온 후 맞는 첫 명절이다. 특히 정부가 국민에게 휴식과 재충전 시간을 주고, 내수 진작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 낀 평일인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대다수 사람이 6일간의 연휴를 만끽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추석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가 지난 1~3일 앱 사용자 1000명에게 6일 추석 연휴 여행 계획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5%가 '여행을 떠난다'고 답했다.

이번 추석은 물리적 여건상 최적의 명절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재정적인 측면에선 올해 추석은 정부, 기업, 국민 모두에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팬데믹 경기 부양 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전쟁을 벌이는 각국 경제가 비상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7.54달러에 장을 마쳤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0.56달러(0.62%) 오른 90.60달러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플러스) 등의 감산 지속,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감산 연장 결정 등으로 공급 감소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은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은 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커져 채산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지난 4월 3.7%로 14개월 만에 3%대 진입 후 5월 3.3%, 6월 2.7%로 내려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3% 선을 넘었다.

국제 유가 상승세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많이 축소된 데다 8월 이어진 집중 호우와 폭염 등의 영향으로 과일값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 폭을 키웠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8월보다 2.7% 올랐는데, 특히 사과와 수박이 각각 30%, 18% 상승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1% 내렸다. 지난달 하락률이 25.9%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크게 둔화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1.1% 오르며 11개월 연속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명절을 앞두고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8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동원F&B, SPC삼립, 동서식품 등 식품사 12곳의 대표·임원에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식품업계 간담회 이후 교촌에프앤비, 피자알볼로 등 10개 업체의 대표·임원·실무진 등이 참여한 외식업계 간담회도 이어졌다.

당분간 식품 등의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억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민 물가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명분은 공감하지만, 특정 품목에 대한 지속적인 가격 통제는 오히려 시장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 물가를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국가적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김장선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