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이상 경로당등 편중
아파트 내는 주민만 이용
다양한 유형 지정 필요성
3년 지났어도 개선 안돼

#낮 온도가 30도에 이르렀던 24일 수원 송죽동 만석공원에서 만난 김진수(76·가명) 할아버지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공원을 찾았다. 공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온 김씨에게 인근 경로당이 무더위쉼터라고 알려줬더니, "무더위쉼터라고 들었는데, 이용하기가 좀 그래. 그냥 편하게 공원에서 쉬는게 낫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수원 매탄공원에서 만난 노숙인 이모(47)씨도 무더위쉼터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이용하지 쉽지 않다고 손사래쳤다. "대부분이 경로당인데다 할아버지, 할머니 눈치도 보이고… 예전에 한번 갔었는데, 그냥 나왔지 뭐."

경기도내 각 지자체에서 지정한 무더위쉼터가 5월 중순부터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시설에 편중된데다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도 심리적 요인 등으로 이용을 꺼리고 있다.

도내 무더위쉼터는 2017년 6805곳에서 2019년 현재 7031곳으로 200여곳 정도 늘었으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더 추가로 지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내 지정된 쉼터의 80% 이상이 경로당 등 노인시설에 편중되다 보니 노인을 제외한 더위 취약자들이 시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심지어 일반 노인조차도 아파트 내 경로당이 무더위쉼터로 지정돼도 아파트 주민만 이용할 수 있고 일반 경로당도 회원제로 운영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인지, 이용을 꺼린다.

실제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 내 안전시설정보 중 수원과 안양, 성남 등 도내 대도시의 무더위쉼터를 시설구분별로 확인한 결과, 90% 이상의 무더위쉼터가 경로당 등 노인시설로 검색됐고 복지시설, 마을회관, 금융기관(성남 제외), 보건소 등 공공시설 내 무더위쉼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가 2016년 무더위쉼터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 무더위쉼터 중 경로당 76%, 마을회관 12%, 주민 센터 4%, 기타 1% 비율로 지정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다양한 유형의 무더위쉼터 지정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올해 무더위쉼터를 노인시설을 제외한 공공기관 위주로 지정하라는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각 지자체에서 지침에 맞게 공공기관 등 다양한 장소가 무더위쉼터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