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명령·고발 조치에도 '훼손'
"규제와 이용 균형 맞춘 정책 필요" 지적
▲ 인천지역 곳곳에 개발제한구역내 불법 건축물과 불법행위로 인해 그린벨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사진은 계양구, 남동구, 부평구, 서구, 연수구 그린벨트 훼손 지역.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지난 5일 인천 계양구 오류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산자락 샛길로 들어서자 가림막 너머로 폐기물이 방치된 모습이 보였다. 고압산소 용기도 눈에 띄었다. 계양구는 지난 1월 중순 이곳에 콘크리트를 포장하고, 개사육 시설물을 설치한 위법행위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5개월이 지나도록 훼손된 그린벨트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3주간 그린벨트 위법행위가 적발된 10곳(남동구 3곳, 계양구 3곳, 서구 2곳, 연수구 1곳, 부평구 1곳)을 찾아가봤다. 비닐하우스·가건물로 위장된 공간은 축사나 창고로 쓰였다. 식당·사무실 용도로 불법 신축·증축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컨테이너를 갖다놓기도 했다.

▲위법행위 현장 10곳 가보니

그린벨트에서 검은 비닐하우스를 마주할 때면 시각만큼이나 청각이 재빠르게 반응한다. 서울 강서구와 인접한 계양구 하야동도 그런 경우였다. '토종닭·계란 팝니다' 팻말이 걸린 어두운 공간에는 개 사육장이 자리했다. 시정명령에도 정비되지 않아 이행강제금 부과, 고발조치까지 이어진 사례다. 계양구 용종동, 남동구 도림동에서도 개 짖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무단으로 신축·증축된 건물도 상당수였다. 남동구 수산동 건물은 농산물 창고로 허가받았지만 일반 창고로 용도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 서구 연희동 비닐하우스는 동식물원·수족관으로 유료 영업 중이었다. 그린벨트에서 허가·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는 농업용으로 한정된다. 서구가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확장 공사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평구 청천동 나비공원 인근에선 사무실 용도 건물이 불법 신축됐다.

'수익형' 행위와 달리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거처 없이 농막에서 지내는 남동구 만수동 70대 노부부도 그런 사례다. '2021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은 "농축산업 사양화로 주민 소득 기반이 약화하면서 지가가 낮은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건축 등의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규제와 이용 균형 맞추는 정책으로

6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그린벨트 행위 위반 건수는 2016년 320건, 2017년 239건, 지난해 291건으로 해마다 300건 안팎이다. 이틀에 한두 번꼴로 위법행위가 적발되는 셈이다.

관할 기초자치단체도 위법행위 예방·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남동구·계양구는 단속 전담 인력을 2명씩 두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을 포함해 6명이 20㎢가 넘는 그린벨트를 관리한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항공사진 판독과 순찰로 위반행위를 적발하지만 법대로 강제하다 보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주민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2016년 훼손지 소유주가 토지의 30% 이상을 공원·녹지로 조성하고 기부채납해 불법 시설물을 양성화하는 훼손지 정비제도를 도입했다. 시 도시균형계획과 관계자는 "정비사업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고 했다.

이행강제금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녹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 경제활동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개발제한구역 내 입지시설 관리 강화 방안 연구'(2018)에서 "규제 중심의 개발제한구역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토지 가치와 효용을 증대시키고 경제성을 확보해 공간 규제와 이용의 균형을 맞추는 적극적 관리 방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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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그린벨트] 무조건 안된다면 … 알면서도 못 지킬 법 "정말 갈 데까지 가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서 지내는 거야. 불법인 줄 알지만 그래도 한번 살아보려는 건데 불쌍하지도 않은지."익명을 요구한 70대 노부부는 인천 남동구 만수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산다. 농막으로 지었던 검은 비닐하우스가 노부부 안식처다. 도시가스도, 상수도도 당연히 들어오지 않는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600평(1980㎡) 정도 되는 땅"에서 10년 가까이 '자급자족'한다.가시방석 같은 삶. 벌이도, 집도 없는 노부부는 말했다."공무원들이 살림 빼고 비닐하우스만 남겨두라고 해. 그린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