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수용성 조사' 없이 투자 동의 … 반대여론서 책임론 불거져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사업의 시행 권한을 쥔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 초기 단계에서 정부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애초 이 사업이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인데, 이에 지역 내 발전소 건립 반대 여론이 정부 책임론으로 옮겨 붙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3면

5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확인한 결과, 동구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인 인천연료전지 주식회사는 한수원·삼천리·두산건설이 합작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총 자본금 235억원 중 한수원이 투자한 금액은 60%(141억원)에 이른다. 한수원이 인천연료전지를 자회사로 두고 이 회사의 경영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수원이 연료전지 발전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부 정책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원자력과 화력 등 기존 발전사들이 이 제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 금액의 패널티를 받게 된다.

동구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사업도 한수원의 RPS 이행과 궤를 같이 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한수원의 투자를 승인해줬다는 사실이다.

한수원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이자, '시장형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규 투자사업을 시행하려면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한수원은 2017년 9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았고, 이 덕분에 인천연료전지를 설립할 수 있었다.

정부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조사 등을 사업 시행 조건으로 붙일 수 있었지만, 신재생에너지 정책 이행에만 몰두하면서 지역 주민의 반발 여론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투자사업은 정부에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며 "기재부와 산자부를 설득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업을 본격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 사업은 두산건설 등 민간 기업들이 총괄 기획·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러나 한수원이 정부 정책 이행이란 미명 하에 주도면밀하게 사업을 이끌었고 여기에 정부가 동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동구 연료전지 발전소 갈등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동구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을 우선시해야 하는 공공기관인 한수원이 주민 수용성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한수원의 투자를 승인해 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도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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