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서예 혼(魂)' 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1911∼1976)의 유물을 외면(인천일보 24일자 1면)한 것도 모자라 그동안 스스로 걷어 찬 문화유산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 마련은 그 때 뿐, 시 문화 정책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15면
인천시는 검여 작품과 유품 전체가 인천을 떠난 것에 대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시는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여 유족 3남매는 서울과 용인 등에 흩어져 있는 검여 작품과 습작, 유품 등 1000여점을 서울 성균관대 박물관에 기증했다. 성대 박물관은 이달 말 검여 작품 특별전 '검무(劍舞)'를 개최한다.
인천시민들은 서울로 검여 작품이 떠난 것이 시의 안일한 문화정책 때문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인천을 떠난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분노마저 터뜨리고 있다.
검여와 함께 인천이 낳은 대한민국 서단(書團)의 큰 봉우리인 강화출신 동정(東庭) 박세림(朴世霖·1925~1975)의 작품과 유품 역시 인천에 없다. 인천을 몹시 사랑한 동정의 뜻을 받들어 동정 유족들이 시에 작품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시는 거들떠보지 않았고 동정 작품은 고스란히 대전대로 옮겨졌다. 동정 작품이 인천을 떠날 때에도 인천 문화계와 예술계는 시의 안일한 문화정책에 노기를 드러냈다.
이 뿐 아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인천은 작곡가 겸 가요연구가인 김점도씨가 보유한 각종 자료들이 전시됐다. 이 때문에 인천은 근대 한국 음악의 성지로 인식돼 인천을 찾아야 한국 가요의 맥을 좇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가 지원은 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자 김씨는 인천수봉문화회관에 보관 중이던 가요책자 2000여권과 유성기판 2300여장, 레코드판 2만여장 등 한국가요 자료를 고스란히 경기 용인시의 신나라레코드 가요연구소로 옮겼다.
인천을 떠나며 검여와 동정 유족을 비롯해 김씨의 공통된 외침은 "인천시가 관심이 없다"였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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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문화에 대한 티끌만한 인식이 있어왔는가 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개항 이래 인천은 그저 서울로 통하는 통로 역할로 만족했고
경인공업지대로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사명에만 충실했다.
덕분에 인천은 문화, 환경, 교육, 인문에 바닥을 헤매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깝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 개선될까?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