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외면한 예술가 밝혀지자
시민분노 폭발 … 비난 거세
선거·인사철마다 번복 지적
▲ 검여 유희강 서예가로, 한국서예가협회장을 역임했다. 뇌출혈로 인한 오른쪽 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왼손으로 서예를 계속하여 극적인 일화를 남겼다.

 

▲ 동정 박세림 강화 출신 서예가로 8세 때 조부를 따라 시작, 문교부 신인예술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육조체(六朝體)를 정교하게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점도 선생 작곡가이자 가요연구가로 대중음악의 태동기인 일제시대 음반 역사를 총정리한 자료집을 출간했다. 가요뮤대 100선집 등을 발간했다.


인천시가 외면한 검여 유희강 선생 유물 소식에 인천시의 문화정책 비판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유독 인천에서만 반복되고 있는 것에 시와 시 문화재단 등 인천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곳에 대한 철저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검여 유희강 선생 작품과 유품 모두를 인천시가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난 24일자 인천일보 보도에 인천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시민들은 시 문화정책의 무지를 꼬집으며, '낙후한 인천보다는 검여 작품이 빛날 곳으로 떠난 게 낫다'는 자조 섞인 의견마저 제기됐다.

한 시민은 "검여 선생님의 서도에 대한 아무런 의식도 없는 인천시 보다는 검여 선생님께서 공부하신 성균관대에 기증하신 게 훨씬 잘 하신 것"이라며 "무지한 공무원들의 인천시보다 검여 선생님의 진가를 아는 명문대학교가 제대로 찾은 자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인천시는 보물을 잃어버리고 학익동 동양화학 자리에 무슨 뮤지엄파크인가 세워봐야 그 안에 진짜배기 보물을 잃어버리고 무슨 허접 쓰레기로 채우려하는지 참 한심하다"며 "차라리 성대로 간 것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인천에는 아파트나 짓고 길이나 넓히고 공장만 세우면 되려나 보다"고 비판했다.
검여는 인천이 품길 바랐다.

검여 유족들은 지난 2010년부터 줄기차게 시에 기증 공문을 보냈고, 앞서 2006년 검여 서거 30주년을 맞아 인천문화재단에서는 특별전시회와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검여 유족들은 "인천시에 기증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허사였다"며 "인천문화재단 전시 때도 가족과 제자들이 직접 준비하는 등 솔직히 시와 재단의 지원은 기대 이하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때문에 "성대 박물관에 검여 작품과 습작 유품까지 전부 기증했는데 다시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역 문화인사는 "뼛속 깊이 향토 인천의 예술가인 검여 유희강 선생의 작품이 인천에 남아 시민들의 정신적 자산으로 길이 보존될 수는 없을까"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시가 검여를 외면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회성 문화정책과 시와 시 문화재단의 엇박자 문화행정 등이 지적되고 있다.
선거철·인사철마다 번복되는 문화정책은 말할 것 없이 인천 문화·예술계에 대한 등한시도 한 몫 한다는 비판이다.

불과 43세에 검여와 함께 대한민국 '10대 서예가'로 선정된 강화 출신 동정 박세림 선생의 작품과 유품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인천을 떠나 대전대에 전시 중이다. 당시 동정 유족들도 "동정 삶을 인천에 남기고 싶었지만 인천에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인천의 문화정책 헛발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가요사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김점도 선생은 그가 모은 귀중한 현대 가요 자료 가요책자 2000여권과 유성기판 2300여장, 레코드판 2만여장 등을 인천이 아닌 한 레코드사에 전달했다. 인천시민과 함께 이 자료를 공유하고 싶었던 김씨 또한 검여와 동정 유족들의 이유와 마찬가지다.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인천시가 검여 유족들과 한 약속을 뭉개버렸고 시 문화재단은 검여의 가치를 알았음에도 눈을 감고 있는 현 인천의 문화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며 "제2의 검여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천에 남은 예술 작품을 다시 검토하고 인사와 선거 때면 맥이 끊겨 버리는 문화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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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여'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인천시가 '서예 혼(魂)' 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1911∼1976)의 유물을 외면(인천일보 24일자 1면)한 것도 모자라 그동안 스스로 걷어 찬 문화유산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 마련은 그 때 뿐, 시 문화 정책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15면인천시는 검여 작품과 유품 전체가 인천을 떠난 것에 대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시는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검여 유족 3남매는 서울과 용인 등에 흩어져 있는 검여 작품과 습작, 유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