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를 살릴 곳 경기·인천 말고는 없어"
▲ 이익주 한국역사연구회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인천시와 경기도가 고려 연구에 적극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 경기도 여주시 '고달사지 승탑'. /사진제공=경기도
▲ 경기도 파주시 '윤관 장군묘'.

개경 둘러싼 경기 중심 '의정부'
가장 오랜 기간 수도였던 '강화'

깊이있는 연구 함께 나선다면
역사·문화 콘텐츠가 무궁무진

남북 교류 … 통일 디딤돌 될수도


"인천과 경기가 주인이 없는 '고려'를 가져가야합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겸 한국역사연구회장은 23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려를 연구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는 것과 같다"며 "고려에 가장 큰 연관이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고려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시대를 연구할 수 있고 해야만 하며, 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경기와 인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100년전 세워진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둘러싼 지역이 '경기'라는 이름의 시발점이다.

'경기'는 바로 고려가 세워지고 100년 뒤인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에 '경기' 제도로 설정됐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한양 주변이 '경기'가 됐다.

이 교수는 "'경기'라는 말이 원래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로 중국에서 만든 것이다. 현재의 서울과 수도권의 관계와는 또 다른 의미다"라며 "근대 이전은 만물에 위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역에도 평등을 두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시대의 경기와 조선시대의 경기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이 바로 지금의 파주(옛 파평), 연천 등의 경기북부다. 이곳이 바로 핵심적인 천년경기다"라며 "인천의 경우 오랜 기간 고려의 수도였던 강화도가 당연히 고려 연구의 중심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당시 '경기'의 중심이 되는 경기북부지역이나 현재 경기도청 북부청사가 있는 의정부가 고려와 경기천년의 역사를 연구하는 핵심이 돼야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고려에 대한 연구는 경상도나 전라도 등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다"며 "마침 고려건국 1100주년과 경기제도 탄생 1000년이 만난 올해 2018년을 기점으로 경기와 인천이 나서서 고려 연구를 깊이 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고려의 수도가 있던 경기와 인천이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적극 연구하고 발굴하면 경기도에 다양한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역사 연구가 당시의 핵심지역인 수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경주에는 신라박물관이 있고 관련 행사도 상당히 많이 진행하고 있다. 공주와 부여에서는 백제 관련 행사가 있다"면서 "하지만 고려 행사는 없지 않나. 강화도와 의정부에서 나선다면 고려의 무궁무진한 역사와 문화를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적 특색을 넘어 역사연구와 현 시대에 있어서도 '고려'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교수는 "우리의 역사는 대체로 조선을 생각하는데 조선과 다른 역사를 가진 고려가 있는데 우리는 조선의 역사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남녀차별과 장자우대 등의 문화를 우리 안에 남아있게 했다. 우리 역사가 본래 그런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고려의 경우에는 개방적이고 밖으로 진출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에서 부족한 다양성을 고려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같은 편중된 사고는 고려의 역사가 없기 때문이고, 고려 연구의 거점이 남한에 없기 때문"이라며 "고대사에서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우리역사에서 중간에 위치한 고려는 텅비어버린채 단절됐다. 올해 '고려건국 1100년과 경기천년'은 이번 기회에 고려의 역사를 살리자는 것이고, 그 무대가 경기도와 인천이 돼야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교수는 '고려'를 통해 온 국민이 염원하는 '통일'까지 바라봤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이 '고려'를 매개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기회를 잘 살린다면 '통일'로 내딛는 좋은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기북부는 위로는 휴전선이 막고 있고 아래로는 서울이라는 벽이 있다. 이 지역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통일밖에 길이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휴전선을 위아래로 위치한 경기지역의 접점이 되는 '고려'를 적극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남과 북이 '고려'를 함께 연구하고 올해 고려건국 1100주년 및 경기천년 행사를 함께 한다면 좋은 교류가 되고 경기북부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남한과 북한이 유물을 교류할 때 전시를 하기에 마땅한 곳도 경기도와 인천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현재 중앙박물관에서 고려건국 1100주년을 맞아 '대고려'전을 여는데 여기에 북한의 고려 유물이 온다면 큰 의미가 있다. 과거 왕건 동상이 내려온 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행사들을 계기로 남북역사연구의 교류가 이어졌으면 한다"며 "인천과 경기도에 인접한 휴전선을 대립선으로 보지말고 허물어야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결국 고려를 살리고 가져갈 곳은 경기, 인천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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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건국 1100년·경기 1000년' 의미 찾는다

경기·인천 문화재단 - 역사연구회4월 공동 학술회의 개최

경기문화재단과 인천문화재단은 업무협약에 따라 오는 4월28일 '고려와 경기(京畿) 지역의 역사', '각 시대에서 바라본 고려 시대에 대한 인식' 등을 주제로 한국역사연구회와 함께 고려 건국 1100주년과 경기 천년의 해를 기념하는 학술회의를 인천서 개최한다.

세 기관은 고려건국 1100주년과 경기천년 기념사업 공동기획 및 수행, 보고서·간행물 및 기타 자료와 정보의 교환, 전시회·학술회의·세미나 등 역사 관련 제반 사업 협력, 학술연구사업 등을 협력키로 했다.
학술회의에서는 고려의 경기제도 설정과 각 시대별 고려의 연구 및 고려에 대한 인식, 조선시대와 고려시대의 비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올해 하반기에도 양 기관은 한국중세사학회와 함께 두 번째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하반기 국제학술대회는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는 중이며,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함께 나서고 있다. 시기는 10월26~28일이나 11월2~4일로 예정하고 있지만 북한학자들의 참여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의 참여와 함께 학술대회를 개성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학술대회는 기본적으로 고려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부각시키는 내용이 될 것이며, 큰 틀에서 '공존'과 '평화'를 주제로 토론이 펼쳐질 전망이다.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인천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은 2월말에서 3월초까지 구체적인 학술대회의 주제와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며 "고려를 현실에 비춰서 바라보는 학술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