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 ?(22) 문 앞에 서 있던 곽병기 대위가 활짝 웃으며 경례를 붙였다.

 『형님께 인사드리러 왔습네다. 저 의주군 보위부로 명령 받았습네다.』

 『기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우.』

 곽병룡 상좌가 동생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곽병기 대위는 타자수에게 자신을 여기까기 데려다준 조금 전의 그 간부가 어느 과의 누구냐고 물었다.

 『감찰과의 백창도 과장 동집네다.』

 『아, 그렇습네까?』

 곽병기 대위는 수첩을 꺼내 백과장의 이름과 직책을 적으며 형을 쳐다보았다. 지난 2·16(김정일 생일) 행사 차 낙원군에 왔을 때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어디 편찮으십네까?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보입네까?』

 『4·15(김일성 생일) 행사 마무리하느라 좀 바빴어. 너는 어케 의주군으로 오게 되었나? 웬만하면 병석이 곁에 있지?』

 곽병룡 상좌는 중앙당 간부과 지도원으로 있는 셋째, 그러니까 31번 초대소 관리원으로 있는 인구의 큰고모 곽병순과 혁명열사 박물관에 있는 둘째고모 곽병숙 다음에 태어난 남동생의 얼굴을 그려보며 물었다.

 『둘째 형님의 말씀으로는 요사이 국경 쪽 인민들의 사상 동태가 심상찮다면서 저희 보위부의 부장 동지와 말씀이 계셨는 것 같습네다.』

 『어디 가나 자기 처신하기에 달렸겠지만 시류에 흔들리지 말라. 그리고 늘 어려워질 때를 생각하며 힘을 아껴쓰도록 하라우. 요사이 평북도 해안 접경지인 의주·삭주·창성·동창군 일대 인민들의 사상 동태가 몹시 흔들린다. 수정주의로 나가는 중국 때문에 신의주시는 말할 것도 없고.』

 『소식 들어보니까 낙원군은 지난 4·15 때도 지도자(김정일) 동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면서요?』

 『오랜 기간 닦아놓은 기초가 있으니까 그렇갔지, 한두 해 후다닥 해치운다고 뭔 표가 나갔어.』

 『어쨌든 형님은 낙원군으로 오셔서 큰 일 해 놓으셨습네다. 중앙당에 계신 형님 친구 분들은 칭송이 자자합네다. 오늘의 낙원군은 형님의 당적 열성과 땀방울이 만들어 놓은 우리 공화국의 표본적인 도시라구.』

 『그 말 같잖은 소리 그만 두라 해. 수령님의 은덕과 지도자 동지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우리 낙원군이 이만큼이라도 혁명적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디, 일개 상좌에 불과한 내가 뭔 힘이 있다고 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갔어. 넌 이 시간부터라도 그 정신 나간 동무들 이야기 입에 올리지도 말라.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들은 그런 말조차 내가 만들어 낸 것처럼 떠벌려대며 어느 시기 짓밟을 궁리들만 해대구 있어. 내가 지도자 동지로부터 신임을 받으려구 오그랑수를 부렸네, 그렇다구 옛날 아버지 친구분들을 찾아다니며 사바사바를 했네.』

 곽병기 대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